▲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와 관련한 중앙집행위원회 안건을 결국 철회했다. 26일 다시 중앙집행위를 열어 같은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어서 노사정위 복귀를 둘러싼 내홍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를 열고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속노련·화학노련·공공연맹 소속 조합원 200여명이 회의 개최를 막아서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들 조합원은 한국노총 건물 6층 대회의실과 7층 임원실 복도를 점거하고 중집위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막았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중앙집행위 개최를 앞두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피케팅 같은 시위를 벌인 적은 있으나 회의 개최 자체를 저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농성에 나선 조합원들은 “일반해고·취업규칙 의제 철회 없는 노사정위 복귀는 정부에 대한 항복선언과 다름없다”며 “노사정위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집행위 개최를 미루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를 두고 내홍을 겪는 것은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일반해고·취업규칙 의제 철회와 관련해 정부가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성에 나선 조합원들은 “노사정위에서 저성과자 퇴출을 위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가 합의된다면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노동조건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의제 철회를 약속해야만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정위에 복귀하더라도 일반해고·취업규칙과 관련한 어떠한 합의도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지도부를 믿고 농성을 해제해 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노총 지도부·중집위원들과 현장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네 시간 넘게 이어진 대치 끝에 노사정위 복귀 건을 다루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중앙집행위 개최에 합의했다.

오후 3시30분께 열린 중앙집행위는 22일과 25일에 개최될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전국노동자대회와 금융노동자대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의한 후 30여분 만에 끝났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매끄럽게 회의를 진행하지 못해 중집위원들과 조합원들께 죄송하다”며 “아무것도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지만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대화와 투쟁을 병행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6일 중앙집행위를 다시 열고 노사정위 복귀 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복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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