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총파업 선언 이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왜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하나."(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두 가지 의제(일반해고·취업규칙)에 대해서는 내 목을 걸고 막아 내겠다."(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왜 이렇게 급하게 하려고 하나."(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

"나를 믿어 달라."(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의 설전이 이어졌다. 간간이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소리와 고성이 흘러나왔다.

무려 4시간 넘게 중집위원들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마라톤 설전이 이어졌다. 위원장실 바깥쪽에 집결한 200여명의 조합원들은 연신 "야합 반대"와 "노사정위 복귀 반대"를 외쳤다. 1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7층 위원장실 안팎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무총국 본부 벽면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해 개같이 살지 말고 인간답게 살자", "김동만 위원장님,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야합하지 마세요", "한국노총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자"는 내용이 적힌 A4 용지가 빽빽하게 나붙었다.

노사정위 복귀 반대 조합원들

"22일 노동자대회에서 떳떳하게 얘기해 달라"

당초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22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 반대하는 금속노련·화학노련·공공연맹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6층 대회의실 안팎을 막고 중집위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저지했다. 회의실 벽면에 걸려 있던 '제57차 중앙집행위원회' 플래카드도 떼어 냈다. 6층 문 앞에서 막힌 산별연맹·지역본부 대표자들은 발길을 돌려 한 층을 올라갔다.

7층 위원장실에 김동만 위원장과 중집위원들이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이 쫓아 올라가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김동만 위원장은 "여러분 뜻은 충분히 알겠으니 회의에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합원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22일 노동자대회에서 떳떳하게 얘기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길을 터 주지 않자 김 위원장과 중집위원들은 다시 위원장실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노사정위 복귀에 반대하는 김만재·김동명·이인상 위원장과 "(노사정위에) 일단 들어가서 대화는 해 봐야 한다"는 임원·중집위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복수의 한국노총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동만 위원장은 중집위원들에게 "저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 달라"며 "22일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와 25일 금융노동자대회까지 진행하고, 그때까지 (두 가지 의제와 관련해) 어떻게든 물밑으로 (교섭을) 해 보겠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이 중집을 열어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금속·화학·공공연맹 위원장들은 "중집회의 무산을 선언하기 전에는 조합원들도 점거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원 목소리 듣고 현명한 판단 내리길"

문밖에서 약식집회를 이끈 전종덕 금속노련 노사대책실장은 "생즉사 사즉생의 비상한 각오로 총파업 투쟁을 하겠다던 김동만 위원장 아니셨냐"며 "무슨 이유로 마음이 바뀌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이 "위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물리고 50여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원포인트로 협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해고·취업규칙 의제는 죽어도 합의하지 않는다"며 "내 목을 걸고 약속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조합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학노련 소속 한 조합원은 "계속 평행선을 긋다 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진우 근로복지공단노조 위원장은 "현장과 공감대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정위 복귀를 밀어붙이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 아니겠냐"며 "무조건 지도부를 믿어 달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중집위원들은 마침내 노사정위 복귀 여부는 26일 중집을 열어 재논의하기로 하고, 이날은 22일 노동자대회 개최 건만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른 아침부터 각지에서 달려온 조합원들은 이 같은 결정에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광호 한화폴리드리머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지역에서) 안 올라오면 노사정위 복귀 안건이 그냥 통과됐을 것 같다"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