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직원들의 노동조건을 직접 건드리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공공기관 압박해 노동시장 개혁 선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는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으로 하반기 중 핵심과제를 완료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겠다”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정부 조치만으로 시행이 가능한 사항은 추진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도록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반영하고 도입을 미루는 기관에 대해서는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경영평가에는 최대 3점을 반영한다. 임금피크제를 빠르게 도입하는 기관은 3점을 주고 늦게 도입할수록 점수는 낮춰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도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점수를 받지 못한다. 경영평가는 기관장의 연임 여부와 직원 성과급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와 속도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직접 건드려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경영평가를 받지 않은 199곳의 기타 공공기관도 정부의 임금피크제 통제 범위에 속하게 된다.
임금피크제를 늦게 도입하거나 도입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애초 임금을 동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지나친 조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차등 적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처럼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은 전체 316개 공공기관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이 11개에 불과해 추진실적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을 포함한 민간부문 개혁을 선도하고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4대 구조개혁(노동·공공·교육·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매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점검회의를 열고 추진상황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아울러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8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고용 창출이라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공공부문 노동계, 다음달 11일 총파업
노동계는 반발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 발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중장년의 임금을 깎지 않으면 전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무리하게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다가 벽에 부딪히자 더욱 무리수를 두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공투본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은 핑계에 불과하고 결국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의도를 정부가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자와 노동의 가치인 임금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투본은 정부가 노정교섭에 나서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일 경우 다음달 11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공투본은 노정교섭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고용 창출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투본 관계자들은 이날 전북과 전남지역을 돌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만나 총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11일에는 부산과 울산을 방문했고, 13일에는 대구와 경북 김천에 간다. 이달 안으로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순회 간담회를 열어 노조와 조합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공공 공투본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경영평가에, 임금차등까지 …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초강수 둔 정부
최경환 부총리 “올해 안에 전 기관 도입” 공언 … 공공 노동계 “전 직원 임금 깎겠다는 발상” 반발
- 기자명 김봉석
- 입력 2015.08.13 08:00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