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지도부에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가 도입되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동기가 커지고, 정당의 책임정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민주주의연구소)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혁신 토론회’에서 “분단국가라는 구조적 요인과 함께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최했다.

"전국단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하자"

이날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의 기대효과와 한계' 발제를 맡은 김 교수는 한국 정치·선거 제도의 특징으로 △정치적 대표성 왜곡 △거대 양당 중심의 경쟁성 심화 △정치참여 하락 △민주적 책임성 결여를 꼽았다.

지역-정당투표가 결합한 소선거구제로 인해 정당 지지율과 실제 의석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이는 군소정당 몰락과 투표율의 점진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투표-의석 간 비례성을 높여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고, 지역정당체계 완화, 승자독식 정치구도 재편을 통한 타협의 정치 실현이 구체적인 개혁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위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5차 혁신안의 뼈대인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2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담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총 의석을 배분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나누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19대 총선에 적용하면 새누리당의 총 의석수는 15석 감소하고 옛 통합진보당은 20석 증가한다.

김 교수는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가 도입될 경우 거대정당 과다대표와 군소정당 과소대표라는 정치적 대표성 왜곡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권자 각각의 1표에 대한 가치와 기대효용이 커짐에 따라 투표참여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이 활발해지고, 지역·인물이 아닌 정당의 활동이 의석수에 반영돼 결과적으로 정책 중심 선거와 의정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 교수는 권역별로 제도를 운영하면 지역정당체계 극복이라는 목적이 희석될 수 있고, 직능·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비례대표제를 전국 단위로 운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례대표 강화해 이치 따지는 정치로"

또 다른 발제(비례대표제와 의회민주주의)를 맡은 박동천 전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가 한국의 의회정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한 당이 50% 이상 득표율을 얻기는 아주 어렵다"며 "찍어 누르기·몸싸움·강압·장외투쟁의 정치에서 연합·동맹·흥정·타협과 같은 이치를 따지는 정책 논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내년 총선부터 정치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발제자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최유진 비례대표제포럼 청년위원은 “벼랑 끝으로 폭주하는 기관차를 막는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패자·약자가 배제되는 지금의 승자독식 선거제도하에서는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만들어 왔다”며 “국민 한 사람의 한 표가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을 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가 정치권에 더 잘 반영되고 소수의 목소리일지라도 배제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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