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한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향후 특허사업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제기된 기술 먹튀 의혹이 기정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하이디스의 희망퇴직 확인서에 따르면 회사측은 퇴직자들에게 “본인은 향후 회사의 특허사업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회사의 특허사업에 종사하게 되는 임직원들을 모욕·비방하거나 또는 달리 해당 임직원들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여타 손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에 서약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는 이 밖에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등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향후 법적쟁송이 발생할 경우 회사에 불리한 증언 금지 등에 서명하라고 주문했다.
직원들 나가도 특허사업은 계속
경영이 어려워 더 이상 경기도 이천 LCD 생산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회사가 직원들이 떠나간 뒤에도 특허권 장사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이디스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사의 입장에서 볼 때 하이디스의 특허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다. 실제 2013년 대만 본사 당기순익은 10억원에 불과했지만 하이디스의 기술료 수입은 584억원이나 됐다. 대만 본사가 200억원의 적자를 낸 지난해 하이디스는 1천200억원(잠정)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
하이디스의 광시야각 원천기술(FFS)은 샤프·아우오·시피티·시엠아이·비오이 등 삼성과 엘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LCD 업체가 공유하고 있다. 하이디스가 이들 업체와 2024년 3월까지 체결한 특허공유계약 수익금은 5천억원에 달한다.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이 진행됐는데 회사가 특허사업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공장 노동자를 모두 해고해 이천공장을 종이회사로 만들고, 하이디스 문제에 대한 한국 여론이 잠잠해지면 헐값에 특허권만 사들이려는 것이 대만 이잉크사의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장사가 잘되는 회사에서 ‘경영상 해고’가 추진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하이디스 노사는 2008년 노사합의를 통해 “하이디스 소유의 기술을 다른 곳으로 매각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노사가 이를 폐기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합의 내용은 유지된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노사합의가 특허권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인력 구조조정이 노조 무력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377명 해고 코앞인데 꿈쩍 않는 정부
이천공장 가동중단으로 직원 377명의 고용이 불안해진 상황인데도 정부는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회와 금속노련 하이디스노조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고용 문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손을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회와 노조가 이달 중 대만 원정투쟁에 나선다. 금속노조와 금속노련은 최근 이잉크사와 이잉크사의 모기업인 유엔풍유(YFY)그룹에 교섭요청 공문을 보냈다. 두 조직은 “하이디스 경영진이 강행한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은 한국 법률상 경영상 이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 노동법에 위배된다”며 “철회하지 않으면 유엔풍유그룹과 이잉크사를 상대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