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먹튀 의혹에 휩싸인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전개하고 있다. 이달 8일 이천공장 폐쇄방침을 밝힌 하이디스는 3주 만인 29일 오전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와 금속노련 하이디스노조에 희망퇴직 시행 공문을 보냈다.

하이디스는 제이슨 린 대표이사 명의 공문에서 “회사는 이천공장에서의 생산을 종료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사가 처한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노동조합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휴업이나 순환휴직 같은 해고회피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직원 377명은 공장가동과 각종 사무업무가 전면 중단됨에 따라 매일 회사에 출근해 대기 중이다.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은 “중국과 대만자본에 잇따라 인수된 뒤 세 번에 걸쳐 희망퇴직이 진행됐고, 직원 개개인에 대한 권고사직도 수시로 이뤄졌다”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직원들은 큰 동요 없이 회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측이 밝힌 희망퇴직 신청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6일까지다. 그런데 희망퇴직일은 3월31일이다. 이를 두고 회사가 3월 말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앞으로 10년간 동종업체로부터 최소 5천억원의 로열티 수익료를 받기로 계약을 체결한 하이디스가 정작 자사 재무제표에는 특허권 가치를 15억원으로 축소해 기재했다”며 “기업 자산가치를 재평가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커지기 전에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상 4월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금융감독원 기업공시 시점 이전에 하이디스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편 하이디스지회는 다음달 중 하이디스 대주주인 이잉크사 본사가 있는 대만 원정투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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