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제8기 임원선거 조합원 직접투표가 3일 오전 9시부터 전국의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임원선거는 이날부터 9일까지 7일간 치러진다. 상당수 노조가 특정일에 집중투표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터라 첫날 투표는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투표소마다 분위기 제각각=사무금융연맹 NH농협중앙회노조는 전국 29곳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노조는 3~4일 집중투표를 벌인다. 신창수 수석부위원장은 “대의원대회 때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홍보했고 노조 게시판과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며 “그 덕에 선거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투표 개시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현재 투표소 3곳에서 선거가 마무리됐다는 보고가 올라오는 등 순조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조 내 최소 지회인 목우촌대구지사 조합원 6명도 이날 투표를 마쳤다.
반면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아 울상인 곳도 있다.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는 병원 현관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에 나섰다. 하지만 투표소를 찾는 조합원은 많지 않았다.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이 낮은 데다 출마한 후보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노조선거와 방식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영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병원의 경우 부서별로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노조가 선거를 진행할 때에는 부서별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한다”며 “그런데 민주노총 선거규정에 맞춰 가나다 순으로 선거인명부를 재작성하느라 노조간부들이 진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첫날인 오늘 참관인이 투표소에 오지 않아 선거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사업장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무원과 교사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전교조는 이날 전국의 각급 학교 9천여곳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이날부터 5일까지 전교조 위원장 선거와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공무원노조는 4일과 5일 집중투표를 한다. 전국 245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2천561곳에서 순회투표를 실시한다. 손병학 노조 언론부장은 “투표일이 길어지면 오히려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틀간 집중투표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조합원도 '한 표'=단위노조 중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8일 집중투표를 한다. 울산공장에만 90여개 투표소가 설치된다. 1직(오전조) 조합원은 오후 3시30분에 퇴근하고, 2직(오후조) 조합원은 같은 시간 출근하는 상황을 감안해 당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지부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이 없고, 대의원 이상 간부들은 자신이 속한 정파에서 배출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정규 노동자들도 선거에 동참한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다산콜센터 1층 로비에 투표함을 설치했다. 실제 투표는 7~9일 진행된다. 주간근무조·야간근무조·주말근무조가 혼재돼 있어 부득이하게 주말투표를 선택했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도 투표소를 찾았다. 새벽부터 건설현장으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퇴근 이후 투표소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최규영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조직국장은 “조합원들이 건설노조 위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러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투표 열기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를 진행한 뒤 투표용지를 어디에 어떻게 제출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해하는 노조도 있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각 사업장에 배포된 회색의 투표서류봉투에 투표용지와 관련 서류를 넣은 뒤 봉합하고, 해당 봉투와 투표함을 자신의 노조가 속한 지역본부에 직접 제출한 뒤 인수인계 대장을 작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은회·배혜정·제정남·구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