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지난해 7월14일 오후. 일요일이었던 그날, 40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강당에 모였다. 일요일에 일하면 고액의 수당을 주겠다는 원청의 회유를 뿌리치고 노조 출범을 알렸다.

삼성그룹의 정규직도 아닌, 그것도 자회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기존 삼성그룹 내에 생긴 노조가 페이퍼노조나 해고자 위주 소수노조에 머무른 만큼 ‘제대로 된 삼성노동자들의 노조’에 이목이 쏠렸다.

이들은 그로부터 350일 만에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800여명이었던 조합원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두 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3개의 지역센터가 폐업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14일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지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확대 방안을 비롯한 활동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계열사로 노조설립 이어질까

지난 1년간 지회의 활동은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에 균열을 냈다. 또 전자·AS 업계의 간접고용 폐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금속노조와 지회는 지난해 10월 천안센터의 고 최종범 조합원, 올해 5월 고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세상을 등진 것을 계기로 두 번에 걸쳐 사실상 원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

두 번에 걸친 합의에 최종 사인한 것은 한국경총 관계자들이었다. 노조활동과 기본급을 보장하고 원청이 고인에 대해 애도·유감을 표명하기로 한 합의 내용은 원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지난달 기준 단협이 체결되기까지 진행된 이른바 '블라인드 교섭' 과정에 경총 관계자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삼성정밀화학노조 등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생긴 노조를 제외하고는 삼성 계열사에서 처음으로 단협을 체결한 노조로 평가받는 이유다. 지회는 AS 기사와 내근직 등 9천여명으로 추산되는 협력업체 직원 가운데 1천600여명에 그친 조합원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됐음에도 삼성 무노조 경영에 일정한 변화를 줬다”며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슈 파급력' 내포한 간접고용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지회 출범 전부터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제조업과는 달리 혼재근무를 하지 않으면서도 전산망이나 PDA를 통해 원청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전자·AS업계의 위장도급 여부는 사회적 관심을 촉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여부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위장도급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려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유사한 고용형태로 비슷한 일을 하는 씨앤앰·티브로드·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잇따라 노조를 만든 상황이다. 전자·AS 업계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 언제든지 이슈화될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문제는 일부만 해결됐고, 케이블·통신업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최소한 단계적으로라도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대기업의 경영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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