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고 염호석 양산분회장에 대한 원청의 유감표명, 임금체계 개편과 노조활동 보장에 잠정합의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잠정합의이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합의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원청이 고 염호석 분회장 관련 애도·유감 발표=지난 25일 실무교섭을 재개한 노사는 26일 오후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의견접근안(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회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서 잠정합의안이 수용되면 2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달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고 염호석 양산분회장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가 고인에 대한 애도·유감·재발방지 노력을 담는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다. 지회가 강력하게 요구한 양산센터 내근팀장 징계와 관련해서는 향후 해당 센터 노사가 협의해 적정한 방안을 강구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올해 3월 폐업한 해운대·이천·아산센터는 3개월 이내에 새로운 협력업체나 인근센터에서 조합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했다. 신설업체가 선정될 때까지는 조합원들이 인근업체에서 제휴인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타임오프 9천시간, 기본급 120만원=노조활동 보장도 눈에 띈다. 회사는 연간 9천시간의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를 허용하고 임원 3명에 대해서는 무급휴직을 보장하기로 했다. 노조 사무실 1곳에 대한 보증금 1억원도 지원한다. 1년에 각각 4시간의 총회와 정기대의원대회를 유급으로 인정하고, 교섭위원 2명에 대한 교섭시간도 유급을 보장한다.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임금은 월 기본급 120만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회사측이 요구했던 성과에 따른 기본급 차감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성과급은 외근사원 기준으로 매달 AS 60건을 초과할 경우 추가되는 AS에 대해 건당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밖에 △식대 10만원 △가족수당 △명절선물 지급에 합의했다.

노사는 잠정합의안 내용을 토대로 일주일 이내에 권역별 노사 명의로 임금·단체협약을 작성할 계획이다. 협약내용은 7월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7월14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삼성그룹 계열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단체협상이 체결되는 셈이다.



◇잠정합의문에 빠진 '합의 이행방안' 주목=이번 교섭은 노사가 상대방 교섭위원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협상하는 ‘블라인드 교섭’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사실상 노조와 지회가 원청인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와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삼성전자 사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를 만나 교섭재개를 요청하자마자 교섭이 시작된 것을 봐도 그렇다. 노조활동 보장과 기본급 보장 등 당초 지회가 요구했던 내용이 상당 부분 수용됐다.

평소 고 염호석 분회장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양산센터 관리팀장에 대한 징계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합의 이행을 위한 방안이다. 이날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문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 숨진 천안센터 고 최종범씨와 관련한 노사합의가 같은해 12월 나왔지만,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원청이 업무차량을 지원하면서 협력업체가 조합원들에게 다소 불리한 내용의 확약서를 요구하거나, 일부 업체에서 유류비 지원을 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회는 향후 합의이행과 관련해 사측과 협의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해 왔다. 반면 합의 이후 협력업체 기사들의 사용자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삼성전자서비스측이 이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잠정합의문에는 없지만) 합의를 담보할 수 있는 이행방안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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