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가 또다시 노조활동의 어려움과 생계곤란을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 숨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고 최종범씨에 이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 이후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지회는 “삼성의 노조탄압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며 19일 오전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대응 방식과 협력업체 노동조건이 사회적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급여 41만원, 유서에서 “희생·아픔 더 이상 못 봐”

18일 노조에 따르면 염호석(34) 지회 양산분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1시30분께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에서 숨진 채 지역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염 분회장은 자신의 승용차 안에 있었고, 조수석에서는 타 버린 번개탄이 발견됐다. 고인의 시신은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유족으로는 60대 부모가 있다.

고인은 지회와 가족·친구들에게 보내는 자필유서<사진>를 남겼다. 고인은 지회에 보내는 유서에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이 받은 올해 3·4월 급여는 각각 70만원과 41만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건당수수료로 급여를 받는다. 고인은 비성수기인 데다, 조합원들에 대한 의도적인 일감배제 때문에 적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동료에게 “이제 돈 나올 데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회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것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라며 “양산분회 조합원들에 따르면 분회장인 고인에게 특히 일감이 적게 주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0월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안센터 조합원 고 최종범씨(사망당시 32세)도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라고 유서에 썼다. 최씨 역시 생전에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의 집중감사, 비수기 저임금으로 힘겨워했다.

두 노동자 모두 노조활동에 대한 회사의 대응방식과 생계비를 훨씬 밑도는 저임금을 언급하면서 세상을 버렸다.

“무노조 경영이 노동자 죽여” 노조활동·생활임금 보장 요구

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총의 임금·단체협상이 지난달 말 결렬된 가운데 염 분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노사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회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고인을 죽였다”고 반발했다. 지회는 19일 500여명의 조합원만 파업을 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 1천100여명 전원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19일 오전 고인의 빈소를 조문한 뒤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무기한 농성투쟁에 들어간다.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사과와 임단협 주요 요구안인 노조활동·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회는 “고인이 지회의 투쟁 승리를 유서에 언급했기 때문에 노조활동과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받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한 삼성전자가 염 분회장의 사망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측이 유족에게 보상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회에 따르면 유족이 시신 확인을 위해 강릉으로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만난 삼성그룹 관계자와 양산센터장은 “합의서를 작성하면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보상 문제를 노조에 일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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