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사와 경찰에게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인형)는 지난달 29일 금속노조·쌍용차지부·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측에 33억1천140만원, 경찰에 13억7천600만원을 비롯해 총 46억8천8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불법파업, 손해배상해야”
사측은 영업손실 비용을 포함해 1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법원은 회계법인이 감정한 손해액 55억1천900만원 중 60%를 인정했다. 쌍용차지부가 벌인 77일간의 옥쇄파업에 대해 정리해고를 부정하면서 회사 경영권을 침해한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옥쇄파업의 원인인 경영악화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는 회사에 막중한 책임이 있고, 당시는 쌍용차 회생절차가 개시된 상태였기 때문에 옥쇄파업이 존재하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했다”며 감정손해액의 60%만 인정했다.
경찰이 제기한 14억7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법원은 경찰을 다치게 하고 장비를 손상시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된 일부 사안만 기각했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를 대리한 금속노조 법률원은 "손해액이 부당하게 부풀려졌다"고 반발했다. 파업 기간 중 차량판매가 전면 중단된 것이 아닌데도 37억4천만원의 판매이익까지 영업손실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김태욱 변호사는 “지부 파업기간인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쌍용차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회사의 수출판매가 부진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파업을 이유로 한 손실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메리츠화재보험 110억원 청구소송 남아
회사와 경찰을 합쳐 114억7천만원이었던 최초 손해배상 청구액에서 절반 이상 기각됐지만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거액의 금전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측에 손해배상금을 내야 할 110명의 금속노조·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3천만원 정도다. 경찰에 물어야 할 손해배상금만 보면 지부 조합원 37명이 한 사람당 평균 3천700만원을 감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심 선고가 나옴에 따라 회사와 경찰은 가압류로 묶여 있는 28억9천만원의 임금·퇴직금·부동산을 곧바로 추심할 수 있다.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정리해고자·징계해고자들은 물론 26명의 무급휴직 복직자, 15명의 희망퇴직자들도 가압류 대상이다.
2009년 8월 지부가 점거했던 공장 안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화재를 이유로 메리츠화재보험이 청구한 구상금 110억원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심리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보험은 2010년 12월 소송을 접수한 뒤 사측·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소송 1심 결과를 본 뒤 본격적인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진행을 미뤄 왔다. 당시 화재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다. 보험사측은 향후 소송에서 지부 조합원들에 의한 화재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욱 변호사는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불을 낸 게 아닌 것이 확실하다”며 “보험사가 증거도 없이 지부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배·가압류 철회, 정치권 나서야”
쌍용차 정리해고 복직 여부가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4년 전 파업으로 대규모 손해배상이 결정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경찰측에 손해배상 청구 철회를 요청하라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국감 이후 경찰과 실무협의를 했는데 ‘원칙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쌍용차지부와 기업별노조인 쌍용차노조는 함께 정치권을 만나면서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지부는 법원 결정에 항소함과 동시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창근 지부 기획실장은 “회사가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복직 노력을 얘기하면서도 손배·가압류를 철회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해고자들에게 47억원을 청구한 것은 돈으로 노동자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 이번엔 47억원 ‘손해배상 폭탄’
수원지법 평택지원 판결로 가집행 코앞 … 쌍용차지부 “사측·경찰 소송 취하해야”
- 기자명 김학태
- 입력 2013.12.02 08:48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