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숨진 노동자는 동료들에게 "너무 힘들었어요.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최근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로 노정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충격적인 사건이다.
3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회 천안센터분회의 조합원인 최종범(32)씨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자신의 고향인 천안시 직산읍 소재 한 마을에서 동네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최씨는 부모가 거주했던 집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 있었다. 천안 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승용차 안에서는 최씨가 태운 것으로 보이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최씨의 시신은 천안 성거읍 천안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유족으로는 요양소에서 지내고 있는 노모와 아내, 생후 1년 된 딸이 있다. 최씨는 지난 30일 밤 10시19분 모바일 SNS상에서 분회 조합원들과의 단체대화를 하다가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연락이 끊겼다.
최씨는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고 썼다.
동료들에 따르면 숨진 최씨는 1인 시위 등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AS 수리에 대해 고객의 불만신고가 접수된 것과 관련해 센터장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들은 뒤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와 센터장이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센터장은 욕설과 함께 “고객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리던지 하지 왜 차장이 가서 (고객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드냐. 내가 무릎 꿇을 상황이 온다면 너도 나하고 같이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감사를 받으면서 회사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감사에 대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분회간부와 핵심조합원들을 상대로 표적감사를 하면서 노조탈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 천안센터는 부산동래·부산해운대·포항·아산센터 등과 함께 지난달까지 서비스지역의 절반 정도가 본사로 이관되면서 일감과 급여가 대폭 삭감된 곳이다. 천안센터분회에 따르면 조합원 대부분은 이달 5일 받은 9월 급여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천안센터분회 관계자는 “고객불만과 관련한 센터장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노조가 생기고 난 뒤에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절망감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위장도급과 노조탄압 의혹이 일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노정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에 반발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9~10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지회는 "최씨의 죽음은 삼성자본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인한 명백한 타살"이라며 "최종범 동지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투쟁하고 반드시 승리하는 싸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일 오전 회의를 거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삼성그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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