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위영일)가 센터별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감사가 시작된 뒤 일부 조합원들이 탈퇴하는 등 노사전략 문건에 담긴 내용대로 노조 흔들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노조에 따르면 노조활동 보장과 임금체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기초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달 시작한 35개 센터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현재 절반 가량의 센터장들이 한국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했다. 조만간 모든 센터가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경총은 노조의 기초협약 체결 요구에 대해 단체교섭 요구안까지 제출하라고 역제안했다. 노조가 기초협약 체결을 요구한 것은 각 지역센터장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총은 또 교섭을 2주마다 한 번씩 개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진행된 서부산센터 교섭에서 지난 주말 센터 앞에서 열린 지회의 집회와 관련해 사과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할 수 없다며 교섭시작 20분 만에 퇴장했다.

노조는 경총의 이런 행동을 교섭지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서비스는 부산동래센터 협력업체를 변경하면서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였던 위영일 지회장 등 2명을 고용승계하지 않았다. 노조 주동자를 해고하고, 그래도 노조가 생기면 교섭을 지연시키라는 전략문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교섭단 일정상 불가피하게 격주 1회 교섭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기초협약 요구안과 단체협약 요구안에 별 차이가 없어 교섭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단협요구안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부터 각 지역센터를 대상으로 삼성전자서비스가 업무감사를 시작한 뒤 인천지역의 경우 북인천센터 조합원 전원이 노조를 탈퇴하는 일이 발생한 것도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과 흐름을 함께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감사가 시작된 뒤 ‘징계와 노조 탈퇴 중 택일하라’는 센터장들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노조 주동자 해고부터 교섭지연, 노조탈퇴 압박이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 내용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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