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젊은 애들 세 명을 쓸 수 있다.”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한상의가 2일 발표한 ‘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2006년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내 제조업의 20년차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신입직원에 비해 2.8배나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005년 노동연구원 노동리뷰 원고를 인용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02%인 반면 생산량과 부가가치는 각각 82%·60%에 불과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고령자들이 돈을 많이 받으면서도 일은 못한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고령자들이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7~8년 전 통계를 끄집어낸 이유는 결국 연공급 임금체계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동일직무 근로자라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상승 폭이 커지는 연공급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논리다. 연공급의 대표 형태인 호봉제를 도입한 국내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75.5%에 달한다.

대한상의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 같은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체계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년 60세 시행시 임금조정 의무화 △임금조정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노조와 성실한 협의로 도입요건 완화 △임금의 합리적 수준에 대한 정부의 정보제공 등을 제안했다. 정부가 임금삭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이 이를 관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사 당사자의 합의 없는 임금조정은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엄교수 금속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동력의 생애주기를 보면 통상 40대까지는 임금보다 노동력이 높고, 40대 이후에는 역전된다”며 “호봉제는 젊을 때 덜 받는 대신 나이가 들어 교육비나 주택자금 같은 목돈이 필요할 때 보상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실장은 “희망퇴직 등이 증가하면서 젊은날의 노동력을 보상받을 기회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재계의 임금삭감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임금 문제는 효율성만을 따져선 곤란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복지제도가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고령노동자가 자녀의 교육과 결혼·주택구입 등에 지불한 돈은 ‘가족이 부담한 사회투자’로 봐야 한다”며 “효율성의 잣대로 임금을 줄이면 가족의 사회투자가 감소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이어 “복지제도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연공급제의 순기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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