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에 반대해 온 버스업계는 22일 0시부터 전국 버스의 운행을 무기한 중단할 방침이다.

◇대중교통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택시업계 ‘안도’=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상정해 여야합의로 처리했다. 법안은 22~23일 본회의 의결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2일부터 무기한 운행 중단을 강행키로 했다. 연합회는 “전국 버스 노·사는 정치권이 국민 불편을 안중에 두지 않고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2일 첫차부터 운행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최대 4만8천대에 이르는 노선버스(시내·시외)와 마을버스가 시동을 끈다. 12만명에 달하는 버스노동자가 운전대를 놓는다. 노사 문제에서 비롯된 파업이 아니라 사용자측이 주도하는 운행중단인 만큼, 버스노동자들은 임금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비상사태를 몰고 온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 범위에 편입시키고, 이러한 법적지위를 근거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시업계 노사는 그동안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택시기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법적 지원근거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현행법은 “대중교통수단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운송수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법은 또 노선버스·도시철도·여객운송 철도차량을 대중교통수단의 범위를 한정하고,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각종 지원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요구는 대중교통수단 범위에 택시를 추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17대 국회 때 3건, 18대 국회 때 6건의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5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버스업계 "근본 문제는 택시 공급과잉" 반발=이처럼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확대 근거를 담은 개정안에 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버스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꼽고 있다. 먼저,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에 편입되면 버스전용차로의 공동이용을 요구할 명분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버스전용차로의 기능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재정지원을 확대하더라도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기 보다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사업자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재정지원을 위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버스업계 노사는 대중교통육성법 개정이 아니라 택시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노련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개인사업자인 개인택시가 택시업계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편입해 국민 세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승객 이용을 촉진하는 대중교통법의 입법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스 노사는 또 “택시운수업의 경영악화와 이에 따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 저하는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아 발생한 문제”라며 “정부는 수입금전액관리제 시행, 적정한 요금수준 보장, 업체 간 구조조정 지원, 감차 보상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국회는 법인택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무총리 ‘상정 보류’ 요청, 정치권의 선택은?=이처럼 택시업계와 버스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딪힌 가운데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버스파업 및 대중교통법 개정안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해관계인 간에 의견 대립이 있는 사안이어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했다. 본회의 상정을 위해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버스 대란에 대비한 비상 수송 대책도 논의됐다. 서울과 부산 등 지하철이 있는 6개시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임시 전동열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막차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등 지자체별 대응계획을 시행할 방침이다. 서울 600여대 등 전국 7천600여대의 전세버스를 시내 주요 구간에 투입하고, 시외버스 운행 중단에 대비해서는 고속버스 예비차 99대와 전세버스 100대를 추가로 운행할 계획이다. 또 임시 일반열차 8대, 48량을 주요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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