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지난해 6월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현수 부장판사)는 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철거 공사 관계자 7명과 3개 법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아무개(58)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현대산업개발 안전부장 김아무개(58)씨와 공무부장 노아무개(54)씨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건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아무개(29)씨에게 징역 2년6월, 재하도급업체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인 조아무개(48)씨에게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했다. 감리자 차아무개(60)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석면 철거 하청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아무개(50)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대산업개발 법인은 벌금 2천만원, 한솔기업과 백솔건설에는 각각 벌금 3천만원이 내려졌다.

이들은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철거공사를 하거나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6월9일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공사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정도와 업무 과정에서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거론했다. 박 부장판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며 “과연 무엇을 더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지 재판을 하면서 마음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잠원동 붕괴사고로 한 사람의 목숨을 잃고도 고친 게 하나도 없었다”며 “이번 사고가 반면교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올해 1월에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해 그런 말조차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에게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광주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 대한민국 안전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현대산업개발 관련자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고 하청업체와 감리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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