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부가 나서서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했지만 지난해 취업자 11.9%가 아픈 상태로 출근하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젠티즘은 여성노동자, 농림·어업 종사자와 전문가 직종에서 특히 높았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6차 근로환경조사 결과다. 연구원은 2006년부터 3년 주기로 가구 방문조사 방식을 통해 15세 이상 취업자의 고용노동환경을 파악하고 있다. 6차 조사는 5만538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조사 기간이 길어져 2020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됐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전반적인 작업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다.

취업자 38.2% 정신건강 ‘빨간불’
‘불안감’ 2배 증가, 79% “업무와 관련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8.2%가 우울증 검사가 필요할 정도로 ‘위협받는 정신건강’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39.3%, 여성 36.8%가 여기에 해당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업종과 직종별로는 차이를 보였는데 농림어업 종사자(51.5%), 단순노무 종사자(47.3%)는 높은 반면 전문가(18.1%), 사무직(15.2%) 등 화이트칼라 직종에서는 낮았다. 업종별로는 국제 및 외국기관(57.4%), 가구 내 고용활동(52.8%), 농림어업(52.1%),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업(44.8%)에서 높았다.

지난해 건강사유로 인한 결근율은 3.9%로 2017년 13.1%에서 3분의 1가량 떨어졌다. 몸이 아픈데도 출근하는 프리젠티즘 경험은 11.9%로 2017년(20.8%)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 프리젠티즘은 여성(13.7%)이 남성(10.6%)보다 높고, 직업별로는 농림어업(18.2%), 서비스업 종사자(13.1%),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13.0%)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건강문제로는 근육통과 두통 같은 신체증상과 불안감 같은 정신적 고통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특히 불안감을 호소하는 응답은 2017년 3.1%에서 지난해 5.5%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불안감이 업무와 관련 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62.4%에서 79%로 16.6%포인트 높았다.

일·삶의 균형 만족 81.1% ‘역대 최고’
자영업자·임금노동자 장시간 노동 격차 ‘심각’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받는 임금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이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는 여전히 오랜 시간 일했다. 지난해 근로시간 패턴을 보면 취업자 18.9%가 주 35시간 미만 일하고, 47.6%는 35~45시간, 32.8%는 주 45시간 이상 일했다. 지난해와 2017년을 비교하면 주 4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은 45.4%에서 12.6%포인트 줄고 3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은 11.5%에서 7.4%포인트 늘었다.

장시간 노동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격차가 상당했다. 주 60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 비중을 보면 임금노동자는 4.2%인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6.3%로 6배나 많았다. 자영업자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주 48시간 이상 일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평가는 81.1%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긍정 평가는 2006년 72.3%, 2010년 72.8%, 2017년 73.6%로 상승 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장시간 일할수록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주 45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의 34.1%가 일과 삶의 균형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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