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비해 사업장 유해·위험 요인 노출은 감소하고 노동강도와 노동시간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노동자 스스로 인식하는 주관적 건강상태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년 주기 조사, 노동시간단축 효과 확인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6차 근로환경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환경조사는 15세 이상 취업자 5만명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실시한다. 유해위험요인 노출과 노동시간·노동강도 등 130개 항목을 조사해 광범위한 노동환경 실태를 파악한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개월간 진행됐다.

전반적인 노동환경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7년의 5차 조사에 비해 개선됐다. 노동시간의 25% 이상을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돼 일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17년 대비 소음은 21%에서 15%로 감소하고 고온은 24%에서 15%로, 통증유발 자세는 51%에서 38%로 감소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 효과도 확인됐다.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응답자 비율은 2017년 21%에서 13%로, 토요일 근무 비율은 51%에서 43%로 감소했다. 노동강도 변화도 확인됐다. 빠른 속도로 일한다는 응답은 25%에서 17%로, 엄격한 마감시간 요구도 25%에서 18%로 줄었다.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제도 시행으로 감정노동자의 노동강도도 소폭 개선됐다. “나는 항상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7년 40%에서 38%로 2%포인트 줄었다.

차별이나 모욕 경험은 줄었지만 언어·신체적 폭력과 성희롱 경험 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은 2017년 5.5%에서 3.2%로, 모욕적 행위는 3.3%에서 2.2%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언어폭력 경험은 4.8%에서 5.4%로 늘었다. 성희롱 경험도 0.2%에서 0.4%로 높아졌다.

업무소외 커지고, 일자리 불안감 높아

자율적 문제 해결과 복잡한 업무수행 같은 지적활동은 줄고 직무자율성도 낮아지면서 업무가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인 점도 눈에 띈다. 복잡한 업무수행 경험은 2017년 38%에서 32%로, 업무 중 의견 반영 가능성은 87%에서 83%로 줄어든 반면 결정 권한은 일의 속도 ‘42%→35%’, 일의 방법 ‘43%→39%’로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졌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응답자는 40%에서 35%로 줄어든 반면 6개월 내 실직을 우려하는 응답자는 10%에서 12%로 많아졌다.

특히 노동취약계층일수록 악영향이 컸다. 임금노동자의 경우 일자리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은 38%였지만 임시직은 25%로 13%포인트 낮았고, 일용직은 16%로 긍정 응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관적 건강상태를 “좋은 편”이라고 응답한 비중(73%→69%)도 줄었다. 대신 두통·피로·불안감·수면장애 등 건강상태 문항에 부정적 응답이 대체로 증가했다. 관련 지표인 ‘WHO-5 웰빙 지수’가 59점에서 57점으로 떨어졌다. 이 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우울증 위험 측정도구로, 50점 이하면 우울증 위험이 높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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