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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번제로 근무하며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서 일하다 뇌경색이 발병한 철도기관사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교번제 근무 특성과 소음에 노출된 점 등을 복합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봤다.

‘과로기준 미달’ 요양급여 불승인
근무형태 두고 감정의 엇갈린 판단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조국인 판사)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 A(5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1993년 입사한 A씨는 주 5일, 하루 평균 8시간씩 불규칙한 교번제로 근무했다. 그는 기관사 특성상 오전·오후·야간 시간에 출발해 열차를 운행하는 순환형 근무체계에 따라 승차했다. 평소 일하는 기관실은 평균 70~80데시벨 사이의 소음이 발생했다.

또 A씨가 속한 사업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낭떠러지가 있는 운행구간을 담당해 위험도가 컸다. 게다가 A씨는 부기관사 근무 시절 열차와 충돌한 승용차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 등 3차례의 인명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8년 6월 비상대기 근무를 마치고 퇴근했다가 팔다리 마비 증세를 보이자 병원을 방문했고 ‘허혈성 뇌졸중, 중대뇌동맥 영역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하반신 마비의 후유증을 겪은 A씨는 2020년 2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시간이 만성 과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A씨의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0시간38분으로, 노동부 고시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뇌경색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했다”며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법원 감정의의 소견은 엇갈렸다.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A씨가 25년여 동안 근무시간의 잦은 변동으로 인해 수면시간이 불규칙한 점 등이 뇌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반면 신경외과 전문의는 A씨가 고혈압과 흡연 등 뇌경색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상 과로와 질병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 산재 인정
“교번제 기관사, 산재로 폭넓게 인정돼야”

법원은 뇌경색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근무했다고 해서 교번제 근무에 적응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근무기간이 길수록 육체적·정신적 부담은 더욱 누적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25년 이상 교번제에 따라 근무한 A씨의 경우 업무가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줬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70~80데시벨 사이의 소음이 발생한 점 △기관실에 생리현상을 해결할 별도의 장소가 없는 점 △사고 위험성이 높은 운행구간 근무 △인명사고 경험 등을 근거로 들었다. 2개 이상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라는 것이다.

A씨를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A씨의 평균 업무시간이 과로 기준에 크게 미달한 것은 사실이나 교번제 근무 등 업무부담 요인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번제 근무를 수행하는 철도기관사들의 경우 과로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뇌심혈관계질환이 최초 청구 단계에서부터 산재로 인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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