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인체에 위험·유해한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논란이다. 이른바 ‘삼성보호법’을 더욱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46개 법안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포함돼 있다.

국가 전략기술을 키우고 기술유출을 막는 것이 법안 핵심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백신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도체특별법’이라고도 불린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운영하고 특화단지 입주기관에 비용·금융·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유출하면 처벌하도록 했다.

문제는 전략기술 유출 금지·처벌 조항이다. 법 15조(전략기술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는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기술의 취득·사용·공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소송 등 적법한 경로로 전략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정보 제공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백혈병 같은 업무상재해 인정이나 소송 등에 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노동자나 시민이 안전보건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차단될 수밖에 없다.

2019년 8월 개정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도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공개를 금지할 수 있고,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하고 있다. ‘삼성보호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자동적으로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 된다. 그런 가운데 노동자·시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법이 또 생겼고, 처벌수위는 산업기술보호법(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보다 높아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반대토론에 나서 “언론에서는 반도체 특별법이라 부르지만 저는 반도체 노동자 산재인정 방해법이라 부르겠다”며 “법안이 통과하면 기술 유출만 막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 일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호까지 막힌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독소조항만 논의해 보완한 뒤 통과하자”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은 재적 295명에 178명 찬성, 13명 반대, 26명 기권으로 통과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건축물 해체 현장 사고 예방을 위해 임의 사항이던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사고 재발을 막자는 의도다.

이 외에도 현행법상 정당 가입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하향하는 정당법 개정안, 공기업과 준공공기관 비상임 이사에 노동이사 1명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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