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지금 불안정 노동자들은 경계 없이 떠다니는 일감을 붙잡으며 일한다. 그들은 산업·업종·기업별로 칸막이가 쳐진 지금의 민주노총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처럼 노동법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문제가 지금의 민주노조 운동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고민도 많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 박상욱 형이 기호 2번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세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켜봐 왔던 나로선 먼저 반가움과 기대감이 들었다. 박상욱은 공장 담벼락 너머 노동자들의 현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민주노총이 변화하길 오랫동안 열망해 왔고, 묵묵히 실천해 온 사람이 박상욱이기 때문이다.

박상욱 후보는 남다른 사람이다. 요즘 노동자들이 부러워하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지만, 청년·아르바이트·최저임금·플랫폼 노동에 더 관심을 가져 왔다. 지역에서 청년노동자들과 캠페인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들의 노조활동을 돕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에 참여하고, 배달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고민했다. 지역의 학교비정규 노동자 투쟁에도 꾸준히 연대해 왔다.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노동자들,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자기 사업장의 노동조건, 구조조정 등 문제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상욱 후보는 공장 너머의 노동자들 문제에도 함께해 왔다. 노조 임원선거 공약에 투쟁하는 비정규직의 요구가 빠져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점점 더 좁다란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박상욱 후보의 공개적인 비판은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선 ‘공장시대의 노동법은 낡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은 일말의 진실은 담고 있다. 배달라이더를 비롯한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각지대를 빌미로 사실상 노동법을 허물자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노동법상 사용자가 지켜야 할 의무를 줄이고 계약·해고 등에 있어 자율권을 확대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호 2번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것처럼 ‘일하는 모두를 위한 노동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법이라는 집을 크고 튼튼하게 세워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노동법은 낡은 것이 아니라 협소한 것이 문제다. 일하는 사람의 최소권리인 노동법을 토대로, 계약·휴식·수당·보험 등의 권리를 사각지대 노동자에게 어떻게 보장할지 논의해야 한다. 노동법으로 모여 함께 싸워야, 개악도 막고 개혁도 이뤄 낼 수 있다.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하려 노력해 온 박상욱 후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직하게 현장을 지켜 온 박상욱 후보가 원칙을 놓치지 않고 운동을 조직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미래에도 자랑스러운 조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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