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청소노동자가 고용보장과 임금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자 원청인 한국거래소가 사업장 안팎의 집회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집회금지가처분신청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열악한 노동과 노조 요구를 선전물에 적거나 삭발·단식조차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거래소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규탄했다. 지부 한국거래소분회는 한국거래소 청소노동자 72명 중 절반 넘게 가입해 있다. 청소용역업체인 ㅇ사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로, 업체는 3년 단위로 변경된다.
노조는 지난 4월1일부터 ㅇ사와 2020년 임금교섭을 8차례 진행했다. ㅇ사는 원청과 최저임금 기준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노조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소노동자는 이전 업체와 2019년 임금·단체협약을 맺고 보장받았던 근로조건이 후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년 70세·상여금 연간 80만원·유급휴가 5일 등을 모두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서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을 받고 노조는 지난달 21일 야외집회를 시작으로 선전전과 피켓팅을 진행해 왔다.
노조가 거래소 내 집회를 예고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거래소 안, 그리고 주변 거리에서 청소노동자가 선전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쪽이 작성한 구체적 금지목록에는 “상여금 0원, 휴가 0일, 전년대비 115만원 삭감” “최저입찰로 간접고용 청소노동자 임금삭감한 한국거래소” “정년 70세 그대로 승계하라” 등과 같은 구체적인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나 피켓·깃발 등을 설치·게시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심지어 노조 쟁의행위 수단 중 하나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삭발·단식도 금지목록에 포함됐다. 이런 행위를 할 때마다 1천만원씩 달라고 요구했다 .
노조는 “법원은 9월30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사업장 내에서 쟁의행위를 해도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한국거래소는 노조활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거래소측은 “피켓이 가처분의 대상으로 적시돼 있기는 하지만, 모든 피켓 시위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허위의 사실이 적시된 피켓만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가 (청소노동자의) 계약당사자가 아닌데 (거래소가) 임금을 삭감했다는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ㅇ용역업체측은 “현재의 낙찰금액으로는 노조의 요구를 맞추기 어려워 거래소와 금액요청 변경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 삭발·단식까지 금지가처분 신청한 한국거래소
금지 대상에 선전물 내용까지 포함 … “계약 당사자도 아닌데 허위사실 주장”
- 기자명 강예슬
- 입력 2020.11.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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