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가 전국삼성전자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두 달 넘게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민에게 사과했는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의 반노조 경영은 여전하다”며 “사측은 여전히 교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이미 교섭이 진행 중인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를 이유로 “교섭을 진행할 의지는 있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전국삼성전자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가 새로운 교섭을 요구해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지”에 관해 고용노동부에 질의했다. 노동부는 지난 6월과 7월 “개별교섭 중인 노사 모두 진행 중인 단체교섭(임협 포함) 이외에 2020년 단체협약 및 2021년 임금협약을 별도로 체결할 의사가 합치한다면 (중략) 노사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섭이 진행 중인 노조의 개별교섭 동의와 현재 개별 교섭에서 체결될 단체교섭의 효력은 개별교섭 결정일로부터 2년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아서 제출하면 교섭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교섭 중인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에 개별교섭에 관한 동의서를 얻어 회사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새로 진행하면 교섭 중인 두 노조가 심하게 반발하고,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행위로 법적 문제를 제기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며 “노동부가 행정지도의 일환으로 노사합의하면 가능하다고 하고, 두 노조가 문제제기하지 않겠다고 동의서를 써 줬는데 또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무노조·반노조 경영이라는 구시대 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삼성을 우리는 일류기업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체결되지 못한 삼성전자 단체협약을 위해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노조와 교섭을 하고 있는데 이 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와 교섭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노동부 지침이나 법적 절차에 따라 교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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