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에서 열연·후판·선재부문 롤 가공과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4년 전 크레인 운전자가 놓친 롤을 피하려다 1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 목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두 달간 입원했다. 치료비를 회사가 대납해 준 만큼 산업재해도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A씨 산재를 불승인했다. 나중에서야 회사가 근로복지공단 질의에 입원이 아닌 계속 현장에 출근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공단은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A씨는 공단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에서 조직적·지속적으로 산재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와 하도급계약을 맺을 때 감점을 피하기 위해 평가지표 중 하나인 산재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주장이다.

21일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A씨가 일한 하청업체 롤앤롤에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A씨 사례를 포함해 10건의 산재은폐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갈비뼈 골절과 협착·베임 등 일하다 다친 10건의 사고는 모두 산재가 아닌 공상으로 처리됐다. 지부와 지회는 롤앤롤에서 조직적·지속적 산재은폐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롤앤롤 관계자는 A씨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불승인 처분이 나온 것이고 산재를 은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감독을 통해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면 사실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 롤앤롤분회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분회 관계자와 통화에서 A씨 사고 허위진술과 관련해 “CEO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 요구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에서 산재은폐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게 된 이유는 원청과의 하도급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가 1년마다 하도급 계약을 맺는데 KPI지수라는 평가지표를 통해 하청업체를 관리하고 있다”며 “산재발생률도 주요지표 중 하나여서 하청업체가 산재를 은폐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에 대한 포스코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부와 지회는 이날 오전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하청업체를 포함한 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 산재은폐 사건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포항지청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업재해조사표 제출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며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면 의법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