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는 2일 오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규탄·대표이사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포스코가 2일 산업재해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앞으로 3년간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소배관 차단작업 도중 화재로 인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포스코는 이튿날 최정우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2년 전에도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다음 날 사과문을 내고 같은해 5월 3년간 안전예산으로 1조1천5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는 협착·폭발·추락 등으로 3명이 숨졌다. 올해도 지난 7월 추락사고와 이번 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막대한 안전예산 투입이 무색할 만큼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2년 전 대책 이후 “달라진 게 없다”며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전 대책과 유사

포스코가 2일 발표한 내용은 △3년간 1조원 투자 △안전관리요원 2배 증원 및 비상 안전방재 개선단 운영 △임직원 안전역량 제고를 위한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 세 가지다. 먼저 3년간 1조원을 들여 위험·노후설비를 전수조사해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위험설비의 수동밸브를 자동화한다. CCTV 추가 설치와 안전사고 훈련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안전관리요원을 300명에서 600명으로 늘리고 안전방재 개선단을 운영해 밀폐시설을 우선 점검한다. 사내교육기관의 일환으로 안전기술대학을 설립해 협력사를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2년 전 대책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노동자 대상 안전교육·감시 강화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같다. 2018년 5월 발표한 안전대책은 △조직신설과 인력육성 △밀폐공간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시설물에 안전장치 보완 △외주사 교육과 감시인 배치가 주된 내용이었다. 200여명의 안전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안전업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안전전략사무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 감시 중심의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안전교육이 미비해서, 또는 안전요원이 부족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며 “특별대책이라고 해서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현장을 잘 관리하고 통제하면 된다는 발상은 산재 사망사고를 현장 노동자가 부주의한 탓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90% 집행됐지만 “달라진 것 없다”

포스코노조에 따르면 해당 안전예산은 940억가량이 남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 예산을 올해 말까지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90%가량이 이미 집행됐지만 현장에서 가시화된 변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특별근로감독 브리핑에서 포스코측이 안전 전담인력을 약 180명 증원했다고 밝혔다. ‘200여명의 안전 전담인력 확보’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인력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현장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연간 500~600명 퇴직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신규인력 채용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연기되며 올해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인력충원은 없지만 포항·광양제철소는 정상가동되며 각 파트별로 생산량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적은 인력에 같은 업무량은 ‘빨리빨리’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하청노동자의 경우 인력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간 운영비 5% 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목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장은 “산소배관 차단작업은 원래 협력사 업무인데 인력 부족으로 직영과 혼재 업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스코는 자동화·스마트화에 나선다고 하는데 배관점검 등을 비롯한 업무는 육안점검이 필요해 결국 적정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충분한 인력과 작업시간이 갖춰진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인지 우선 살펴야 한다”며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수립단계 때부터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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