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임금체불 지휘해 놓고 인수거부! 파렴치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임세웅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셧다운(운항 중단)과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내용의 녹취파일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결재권을 행사하는 등 이스타항공 경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과 정부에 인수 마무리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항공 직원, 본사에 상주하며 결재권 행사”

<매일노동뉴스>가 5일 이스타항공 기장들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스타항공 본사에 머물며 경영에 간섭했다. 제주항공 재무팀 직원 윤아무개씨와 기획팀 직원 3명은 아예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건물로 출근해 근무했다.

1천만원 이하의 비용이 나가는 이스타항공 사업에 대해서는 이들 직원이 제주항공에 보고했다. 1천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의 경우 이들을 통해 제주항공 측으로부터 결재를 받아야 했다. 재무팀 윤아무개 직원은 지금도 이스타항공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셧다운 역시 제주항공 지시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 3일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듣게 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3월22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현 AK홀딩스 대표)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에게 “셧다운(운항중지)을 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이틀 뒤인 3월24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이 당초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했던 이유는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지위를 굳히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국내·국제선 점유율(외항사 제외)은 약 13.6%다. 이스타항공 점유율은 약 6.5%로, 이를 더하면 점유율은 20.1%가 된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각각 30%와 22%로 업계 1·2위다.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어려워지자 제주항공은 인수합병을 무산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업계와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를 800억~1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초 제주항공측은 계약서상에 체불임금 250억원을 이스타항공이 책임지도록 했다. 그런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0억여원으로 추산되는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하자 체불임금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보였다. 제주항공이 채무해결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또다른 이유로 인수합병을 무산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파산을 계획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지원한 정부도 책임져야”

노조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에 정부 책임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다. 노조는 지난 5월15일 국토부의 항공운수권 배분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보유 중인 항공운수권 25개 노선 중 수익노선 11개를 제주항공에 배분했다. 수익을 내기 유리한 노선이거나 흑자노선이다. 나머지 8개 항공사가 14개를 나눠 가졌다. 항공운수권은 규칙에 명시된 평가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 분배하지만, 점수를 매길 때 정성평가 방식도 사용해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상직 의원과 면담을 갖고 항공산업의 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해 인수합병이 당초 계획대로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제주항공은 7일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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