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과 헌신 강요 안 돼”
코로나19 진료현장 간호사들은 12일 오전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개최한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기자회견과 같은날 오후 보건의료노조· 대한간호협회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보건의료정책 좌담회에서 현장 어려움을 토로했다.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일한 조하숙 간호부장은 좌담회에서 “처음 환자를 받은 2월22일엔 병상이 145개였으나 3월 중순쯤엔 465개로 늘었고, 코호트 격리 처리돼 물품청소·중간 이송·배식을 모두 간호사가 처리했다”며 “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조 간호부장은 “취업 대기 중에 배운다는 개념으로 오신 분, 10년 넘게 쉬다 오신 분도 계셔서 업무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력의 질 문제도 언급했다.
보건의료 인력부족 문제는 고질적이다. 고지연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간호사는 “선배 간호인력은 자기 일도 바빠서 허덕이는 상태에서 신규인력 교육을 해야 한다”며 “경력자는 퇴사하고 신규인력은 교육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천지수 건양대병원 간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병원은) 5년차 미만 사직률이 80%고, 간호사 600여명 중 10년 근속자는 9명뿐”이라고 증언했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더이상 전사·천사 이미지로 간호사에게 사명감과 헌신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무 분장 명확히 하고 수가 올려야”
전문가들도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전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2017년에 정부가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종합대책이라는 의미 있는 대책을 수립했다”면서도 “그땐 야간근로수당, 간호사 교육훈련 현장 제도화 등 단기대책에 집중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전 실장은 “현장을 점검해 잘 되고 있다면 더 강화하고, 안 되면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종합대책 2.0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민경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일본에는 태스크 시프팅(Task shifting)이라는 제도가 있어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한정해 업무를 완화한다”고 말했다. 태스크 시프팅이란 높은 수준의 보건의료 교육을 받고 지식을 가진 개인 혹은 직업군이 그보다 낮은 수준의 교육 배경과 지식을 갖고 있는 보건의료 인력에게 자신의 임무 중 일부를 이양하는 것이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팀장은 “보건의료종합계획을 만들어 체계적 대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여러 현장들과 함께 계속 얘기하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하는 일에 대비해 실제 돌아오는 건 적다 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해진다”며 “수가 정상화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