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소 상인과 사회 각 업종 사업주·노동자들이 경영난·자금난에 시달리고 이는 가운데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들도 병원 경영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한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들은 “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연차 휴가·무급 휴직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다음달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환자 감소에 연차·무급휴가 권고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병원 수입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연차사용·무급휴가를 권고하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부천 세종병원도 그런 병원 중 하나다. 이근선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천 세종병원과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두 병원을 합쳐서 약 50억원씩 손실이 나고 있다”며 “연차휴가를 미리 쓰면 서로 좋은 것 아니냐며 병원측이 문제 없는 부서는 휴가를 미리 가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병원은 신규간호사 입사 시기를 늦추기도 한다. 인천의 한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는 “병상 가동률이 90~95% 정도였는데 지금은 6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며 “신규간호사 20여명이 3월 초 입사하기로 했는데 지금 있는 인력도 남아도는 상황이다 보니, 일주일 연기해서 받았다”고 전했다.

환자가 줄어든 탓에 연차·돌봄휴가를 갈 수 있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는 노동자도 있다.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난 탓에 평소 휴가나 오프(휴일)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로 제대로 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근선 지부장은 “일수는 다양하지만 70명 정도가 무급휴직을 자원해서 간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중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이니 오히려 ‘잘 됐다’며 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 A씨는 “허가된 400여병상 중 300여병상은 유지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입원환자가 급감해서 한 층 병동을 폐쇄하면서 5명이 무급휴직을 했다”며 “병동 간호사들은 평소엔 인력이 부족해 그 달의 오프를 다 쓰지 못했는데 환자가 줄어들면서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를 200명 정도만 받는 것이 적정하구나, 하는 웃지 못할 생각도 했다”고 회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평소에 얼마나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노조 “정부 대책에도 현장에선 답답함 호소”

몇몇 노동자들은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민간 중소병원 노동자는 “우리 병원 선별진료소를 다녀 간 가족이 확진자로 판정된 사실이 언론에 나오면서 입원 환자 50%가 빠졌다”며 “외래 진료의 경우 대기번호표가 보통 400번대까지는 갔는데, 지금 100번대를 넘지 못하고, 병원은 무급휴가·연차휴가를 권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달 급여까지는 나오는데 다음달 급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급감으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고 있다”거나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조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이 환자·수입 감소로 인해 임금체불 상황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노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지난해 지원했던 건강보험 비용에 준하는 금액을 선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해서 환수하는 방안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절하게 수혜를 받지 못해 답답함이 있다”고 말했다. 나영명 노조 기획실장은 “선별진료소 운영이나 안심병원 운영에 대해 지원해 주겠다는 방침은 나오는데, 언제 얼마나 지원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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