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서울 구로구와 대구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정부가 전국 콜센터 점검 계획과 예방지침을 마련했지만, 원·하청 구조로 이뤄진 콜센터 현장 실태를 간과한 졸속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외주화된 콜센터에서 설비·시설·근무시스템에 대한 변경은 전적으로 원청에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과 산하 콜센터 관련 노조들은 19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집단감염에 대한 정부 대책은 고용구조나 노동실태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졸속 대책”이라며 “원청 책임을 강화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 콜센터 방문 점검은 256곳뿐

고용노동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콜센터 감염병 예방지침과 50인 미만 중소 규모 콜센터 대상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지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노동부는 전국 1천358개 사업장을 감독한다고 했는데, 현장 이행 여부를 실제 점검하는 ‘방문 점검’ 대상 사업장은 10~50명 미만 256곳에 불과하다. 사업장당 50명을 기준으로 해도 1만2천600명의 노동자만 해당된다. 40만명에 달하는 상담업무 노동자의 0.03%에 그친다. 10명 미만 콜센터 840곳은 자체점검, 50명 이상 262곳은 전담감독관의 모니터링 감독을 한다.

점검항목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점검항목을 보면 △사업장 대응매뉴얼 마련 △근무 밀집도 개선 여부 △다중이용 공간 폐쇄 △재택근무제·원격근무제 △연차·휴가 사용 활성화 △보호구 및 물품 등 사업장 여건에 맞게 비치 △마스크 착용 관리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콜센터들이 원청 시설을 이용하거나 임대위탁 건물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들은 ‘닭장’같은 사무실 구조를 바꾸거나 환기시설을 개선할 권한도, 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없다.

핵심 예방대책으로 확산되고 있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도 원청이 시스템과 설비를 구축할 때만 가능하다. 콜센터들의 실적 중심 성과제도도 문제다. 상담사들은 할당 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성과 인센티브·페널티 규정과 연계돼 휴가사용이 제한된다. 상담사들이 “연차·휴가 사용을 활성화하라”는 노동부 대책에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개인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며 상담해야 하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업무특성상 보안·전산시스템 구축 문제로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꾼다”며 “공단이 요구하는 ‘98% 응대율’을 유지하고, 1인당 하루 통화 120콜 이상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근무인원 나누기도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방역부터 휴업수당까지 원청 책임져야”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부 대책에는 원청에 대한 점검과 지도가 없다”며 “방역을 비롯한 예방조치, 휴업수당 지급을 원청이 직접 책임지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증상이 있어도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책상배치를 어떻게 바꾸든, 재택근무를 실시하든 감염확산 대상만 달라질 뿐”이라며 “실적 중심 성과제도를 폐지하고, 재택근무를 빌미로 한 노동시간·노동강도 강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가 현장노동자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염예방 대책을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졸속대책이 나왔다”며 “노동부는 당사자인 노조와 감염대책을 논의하고,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공동 논의기구를 구성해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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