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희대 모델’이 시행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파행으로 끝났다. 경희대는 이달 초 경쟁입찰을 통해 서울캠퍼스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최초로 대학 자회사 소속 노동자로 전환해 주목받았던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은 도로 ‘용역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17일 철도·사회산업노조와 경희대에 따르면 이달 4일 서울캠퍼스 청소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제한경쟁입찰이 실시됐다. 그 결과 우선협상 대상자로 청소용역업체 C&S가 선정됐다. C&S는 경희대가 청소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2017년 7월 대학 산학협력단이 지분 100%를 갖는 자회사 ‘케이에코텍’이 설립되기 전 경희대 청소용역을 맡았던 회사다.

경희대는 2017년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 제안으로 2년간 논의 끝에 용역 청소노동자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희대모델’을 탄생시켰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대책으로 지금은 보편적인 모델이 된 ‘자회사 직접고용’의 시초 격으로, 당시 비정규직 갈등 해결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경희대 모델이 계약기간 2년을 끝으로 폐기됐다. 지난해 7월 케이에코텍과의 청소용역 계약만료 후 월 단위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다 이달 들어 경쟁입찰로 아예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수순을 밟았다. 경희대 총무팀 관계자는 “자회사라고 해도 학교와 용역계약을 맺고 2년간 청소용역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청소업무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어 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적절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승계를 100% 보장하고 노사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규모를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장도준 노조 기획실장은 “청소노동자들이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전락하면서 퇴직금과 연차휴일,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가 거품처럼 사라지게 됐다”며 “거버넌스를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의 선두주자였던 경희대는 이제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비정규직을 대규모 양산하는 대학이라는 오명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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