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대학이 아우성이다. 청소·시설관리직 단시간계약직(아르바이트) 채용문제를 두고 노동조합들이 반발하면서 대학이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청소·시설관리 노동자와 대학의 갈등으로 표면화하지만 실상은 저임금 노동자와 사용자측의 대리전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대학 청소·시설관리직 노사 단체교섭에 영향을 준다. 노사가 임금인상에 합의하면 대학측이 신종 근로계약 또는 도급계약으로 응수하는 식이다. 연세대가 대표적이다.

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연세대·이화여대를 비롯한 대학 10여곳의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대학·용역업체와의 집단교섭을 통해 시급 830원 인상에 잇따라 합의했다. 현재 시급은 청소직 7천780원, 경비직 6천890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시급 6천470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결정한 셈이다. 청소·시설관리직 임금협상은 카이스트를 시발로 홍익대가 마지막에 합류했다.

새해 들어 연세대는 용역업체에서 정년퇴직한 30여명의 일자리에 1명을 충원하고, 단시간계약직 5명을 채용했다. 경비 인원이 모자라자 초소를 폐쇄하고 무인화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상 감원으로 임금인상에 응수한 것이다. 연세대의 이런 행보는 다른 대학으로 확산하는 실정이다. 올해 2월부터 시작하는 대학가 청소·시설관리직 임금협상의 전초전 격이다. 협상 바로미터가 될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7천530원이다.

일각에선 대학가의 이런 분쟁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해석한다. 너무 단순한 분석이다. 누적적립금으로 수천억원을 보유한 데다, 금융투자 명목으로 아낌없이 사용하는 대학들의 행태를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2016년 기준으로 5천307억원의 누적적립금을 쌓았다. 반면 청소·시설관리직 인건비 추가분은 16억1천만원에 그친다. 누적적립금에 비해 인건비 추가분이 매우 적은 것을 고려할 때 감원과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연세대측의 행태는 수긍하기 어렵다. 대학이 기업 뺨치는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는 실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학 청소·시설관리 노동자 임금·복지는 최저선이다. 게다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직이다. 최저낙찰제와 용역업체의 수수료 챙기기 탓에 청소노동자는 저임금·고용불안 수렁에 빠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노사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소·시설관리 용역업체의 원청 격인 대학은 노사분쟁이 일어나면 발뺌하기 일쑤다.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분쟁이 발생하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새해에는 대학가에 변화가 일어났으면 한다. 경희대 모델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경희대는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업체 청소노동자 고용을 승계하고, 정년을 70살까지 보장했다. 같은해 9월에는 경희대 자회사 케이에코텍과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했다. 경희대와 노동조합,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는 2015년 10월부터 ‘사다리포럼’을 만들어 해법을 모색했는데, 지난해 결실을 맺었다. 당시 사회적 벤처기업을 제안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은 증가하는 청소용역 비용으로,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경희대가 마련한 대안은 현행 용역도급 구조를 금액 중심이 아닌 노동의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례행사처럼 돼 버린 대학가 분쟁을 해결할 대안이 존재한다. 대학들이 경희대 모델에 열린 태도로 접근하면 어떨까. 연세대 같은 감원 위주의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다. 새해에는 그러한 변화의 기운이 대학에서 일어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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