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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싫다"는 인천공항 수하물카트 용역업체카트노동자 노조설립 움직임에 대표 직원 모아 노조 비방 … 노조, 중부노동청에 노조법 위반 고소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카트를 유지·보수하는 용역업체 A사가 노조탄압 의혹에 휩싸였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노동자들이 잇따라 가입하고 카트분회(분회장 오태근)가 설립될 움직임을 보이자 안아무개 A사 대표가 직원들을 모아 놓고 노조혐오 발언을 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A사와 안 대표·관리자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지난 2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고 8일 밝혔다.

카트노동자들 10분 만에 밥 욱여넣기 일쑤
휴게공간 없어 여객터미널 구석에서 쪽잠


지부에 따르면 카트분회는 지난달 29~30일 설립총회를 열었다. A사는 2011년부터 인천공항 수하물카트 운영사업을 맡고 있다. 수하물카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 평균 18만명이 오가는 인천국제공항이지만 1여객터미널과 2여객터미널·옥외주차장 등에서 수하물 카트를 수거·정리하고 유지·보수를 하는 노동자는 16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50~60대다.

오태근 분회장은 "야간근무를 해도 200만원 남짓한 저임금은 둘째로 치더라도 노동자들이 최소한 누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탈의실은 남녀 공용이고, 휴게실이나 수면공간이 없어 야간당직자들은 여객터미널 한쪽 구석을 찾아 쪽잠을 청한다"며 "가장 기본적인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트노동자 식사시간은 △조출조(오전 7시~오후 4시)는 정오~오후 1시 사이 40분 △만출조(오후 12시30분~오후 9시30분)는 정오~오후 1시 사이 40분과 오후 7시30분~50분이다. 말이 40분이지, 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상주직원식당까지 가려면 길게는 왕복 1.2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허겁지겁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개 업무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30분까지 출근한다는 만출조 저녁식사 시간은 황당하다. 상주직원식당이 오후 7시20분에 문을 닫는데 저녁식사 시간은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한다. 노동자들은 저녁식사를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때우거나 굶는다고 한다.

오태근 분회장은 "한 면세점 여성노동자는 밥 먹을 곳이 없어 여객터미널 의자에서 삶은 달걀 두 개를 먹고 왔다가 늦었다는 관리자 질책을 받고 급체했다고 하더라"며 "50~60대 노동자들이 밥 먹는 걸로 설움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비옷·장화 같은 비품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함께 쓰기 싫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야 한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대표이사는 "노조 가입하면 복지·급여 인상 원점"
일부 관리자 "우리는 노조가 싫다" 현수막 게시


안 대표와 중간관리자들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움직였다. 노조설립 움직임을 눈치챈 회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조별로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노조가 생긴다면, 회사에서 여러분에게 복지나 급여를 내년부터 개선하려고 했는데, 그거 다 원점으로 돌립니다. 못해요."

지부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안 대표는 노조활동을 '배부른 투쟁'으로 폄훼했다. 그는 "분기별 회식, 연차 1개 추가, 명절 격려금을 대폭 올려 주려고 했었고, 급여도 물가인상률에 따라 인상해 주려 했었다"며 "그건 속된 말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추가적으로 회사가 베푸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배부른 투쟁으로 노조를 하겠다? 해 보라고 하시지. 그럼 다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싫고 불만이면 (나)가시면 된다"거나 "(노조에 가입한) 그런 직원들은 회사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반노조 정서는 가감없이 드러났다. 안 대표는 "노조는 직원들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때로는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면이 있다" 혹은 "노조는 유토피아를 선전·선동하면서 노조비 3만원을 뜯어 간다"고 했다. 노조활동을 하는 인천공항 환경미화 노동자를 겨냥해 "남 뒤 닦은 화장실이나 가서 청소하고 있고, 쓰레기나 치우고 있다"고 비하하면서 "거기에 대면 우리 회사는 신선이다. 깨끗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일부 중간관리자들도 노조혐오에 편승했다. 지난달 26일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주변에는 '노조설립 반대 카트직원 일동'이란 명의로 "카트직원 대다수는 노조를 반대한다" "우리는 노조가 싫다" "노조가입을 부추기는 행태를 중단하라" "노조가 무슨 도깨비방망이냐"는 등의 문구가 적힌 여러 장의 현수막이 나붙었다.

오 분회장은 "각 조에 한 명씩 있는 몇몇 주임들끼리 모여 현수막을 걸었다"며 "노조 찬반을 떠나 얼굴을 못 들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 오 분회장을 만난 안 대표는 노조탈퇴와 노조혐오 발언에 대해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었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과문을 게시하라는 요구는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노무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연락하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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