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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노동자 1주기, 한국 사회 얼마나 안전해졌나

2018년 12월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주기가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길 기원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이 11월2일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그를 기리는 활동을 한다. 그사이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노력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이어졌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는 715쪽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한국 사회는 과연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기업의 연쇄살인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있어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아들 용균이의 죽음은 예견된 사회적 타살입니다. 아들과 같은 회사, 같은 업무, 같은 회전체에 딸려 들어가 목숨을 잃은 이가 8년 동안 12명이나 됩니다. 노동자들은 위험요소를 시정하라고 28번 요구했다는데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원·하청은 죽음을 방치했습니다. 연쇄살인을 저지른 원·하청 사업주는 당연히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사업주에 대한 강한 처벌만이 노동현장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입증됐습니다.

기업이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가 용인해 주고 눈감아 줘서일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용인해 주는 사람들의 자식들을 제 아들처럼 컨베이어벨트 근처에서 일을 시키고 싶습니다. 그래도 기업을 놓아둘 것인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유가족을 진실로 위로하는 것은 더 이상 산업재해 사고가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지시해서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가 22개 권고안을 냈지만 1주기가 다 되도록 정부는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부끄러워 낯을 들 수 없고, 강력한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아 아들 보기가 두렵기까지 합니다.

안전 때문에 더 이상 국민이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던 대통령 말씀은 진정 거짓이었단 말입니까.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지만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더니 자회사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청일 뿐인 자회사는 여전히 원청 지휘 아래 상명하복하는 용역회사일 뿐입니다. 이것으로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못합니다.

노동 선진국은 하루 8시간만 일해도 경제 선진국입니다. 노동 선진국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구축하려 애쓴다고 합니다. 우리는 1년에 산재로 노동자 2천400명이 숨집니다. 그래도 기업들은 경제를 위해 기업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궤변을 합니다. 더 이상 이런 논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속에서 노동자의 목숨 따위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방관하는 기업들을 볼 때마다 끝없는 분노가 차오르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목숨을 위협받는 현장에서 더는 죽는 사람이 없게 만들어야 아들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원청이 사고 책임을 지고, 그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싸울 것입니다.

▲ 권영국 변호사(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 간사)

정부 발전소 안전 문제 개선의지 있는지 의심
권영국 변호사(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 간사)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는 8월19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 중대재해 재발방지를 위한 22개 권고안과 함께 하나를 더 추가해 내놓았다. 권고안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이행검검위원회를 국무총리실에 설치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행점검위 설치는 부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때문에 권고안을 점검하고 이행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기구 설치는 매우 난망하다. 얼마 전에 그동안 권고안에 대한 이행 정도를 설명하는 기회를 갖겠다는 얘기를 국무총리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1주기가 바로 앞인데 석탄화력발전소는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지금 발전소 현장에서는 결정질유리규산 발암물질에 대한 마스크 지급 외에는 별로 변한 게 없다는 자조적인 얘기만 들린다. 안전은 단순히 시설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위험을 발생시키는 구조의 문제다. 위험을 증폭시키는 외주화나 비용절감을 위한 민영화, 이런 것이 원·하청 분절구조를 만들고 안전 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자체가 위험의 원인이었다. 특별조사위가 직접고용을 권고하고 발전소 재편까지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분절된 구조를 통합 정상화하는 구조 재편을 요청한 이유다. 관계부처와 발전사들이 구조적인 개선에 대해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부정적인 소식만을 전해 듣고 있다.

외주화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고 책임의 전가를 통해 위험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민간개방은 중간착취를 통한 이윤 확보를 위해 시설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는 구조를 해결해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고용구조를 바꾸라고 했던 것인데 나오는 얘기는 자회사 방식을 통한 고용이다. 법·제도 개선은 국회 몫이라며 핑계를 대더라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직접고용의 문제, 도급비 착복 문제, 안전관리 체계 혁신, 작업중지 등 노동자 권리 보장 문제는 이행 로드맵을 짜고 실행해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이행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애초 특별조사위를 만들 때 조사 결과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태안화력 현장의 현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1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직접고용하라는 특별조사위원회 권고도, 노무비 착복을 금지하겠다는 당정협의도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또 다른 김용균인 조선하청 노동자의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라는 특별조사위 권고도 휴지 조각이 됐다. 아니, 열다섯 살 문송면과 915명 원진레이온 직업병 노동자 투쟁 이후 31년 동안 죽음의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 암담한 것은 노동안전 정책이 사실상 후퇴와 개악을 거듭하면서도 정부는 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산재사망 절반 감소를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에서는 구의역 김군·김용균·조선하청 산재를 도급승인 대상에서도 제외했고, 각종 예외조항과 해석 기준 등으로 기업이 빠져나갈 구명을 열어 주고 있다. 사고가 다발하는 덤프·굴삭기는 원청 책임에서 빠져나갔고,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2개만 적용하고 있다. 중대재해 작업중지명령도 후퇴와 개악을 거듭하고 있다. 입법예고 이후 민주노총과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싸웠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후퇴를 거듭한 안으로 12월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2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전격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도급금지 범위 확대와 생명·안전업무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이미 하청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다. 1년이 다 되도록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태안화력 현장의 현실은 전국적으로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시민의 분노를 다시 타오르게 하고 있다.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위험의 외주화 해법 알고도 실천 않는 게 문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문제는 노동을 나누고, 특정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임의로 평가절하하고, 그에 기반해 해당 노동을 저임금·고위험·불안정 일자리로 만들어 외주화·민영화한 일련의 연속적 정책 행위 그 자체였다. 이것이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히고 보여 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원인이다. 이 원인을 없애면 석탄화력발전소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다른 노동자 사망사고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제대로 밝혀 그 원인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면 사고는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이 원인이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가 원인이면 원청이 위험을 직접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빨리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것이 원인이라면 인력을 충원해 노동강도·노동밀도를 낮춰야 한다. 한국의 노동자 사망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마법 탄환’이나 ‘도깨비 방망이’ 같은 기발하거나 혁신적인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효과가 검증돼 있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방안을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정치권력을 쥐고 사회의 자원 할당과 문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한 한국의 노동자 사망 문제 해결은 어렵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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