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서울지역 9만 봉제노동자들에게 금융·의료·상조를 비롯한 공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제인공제회가 첫발을 뗐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청년재단에서 봉제인공제회 창립대회를 열고 "1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9만 서울지역 봉제노동자의 벗이 되겠다"며 "열악한 봉제업종의 노동복지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초대 이사장에는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이 추대됐다. 봉제인공제회는 노조 산하 특별위원회로 편제됐다. 봉제인공제회는 노조와 지회,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이사진과 감사위원회를 꾸렸다. 다양한 비영리법인·협동조합·사회적기업과 함께 봉제노동자들에게 필요한 협력서비스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봉제인공제회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공제회를 품은 노동조합의 문을 열고자 한다"며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노조할 권리와 요구를 실현하고, 소액 신용대출 및 주요 공제사업, 다양한 협력서비스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해서 뭐 해?" 불신하던 봉제노동자들
"노조하면 공제서비스 혜택"에 반색


봉제인공제회는 2017년 하반기부터 노조와 서울노동권익센터·전태일재단 등이 함께한 봉제공동사업단 3년 활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대부분 두서너 명, 많아야 열 명 남짓한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봉제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4대 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하고 일한다. 노조를 만들어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봉제업 특성상 사용자와 노동자 경계가 모호한 데다, 둘의 처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탓이다.

봉제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2017년 3월 봉제공동사업단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옛 청계피복노조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10명 미만 영세 사업장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하는 노조(서울봉제인지회)를 설립했다.

봉제사업단과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장은 지난 1년간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봉제공장을 찾아다니며 사업주와 노동자를 만났다. 으레 얘기하는 "노조할 권리"를 설파하지 않았다. 대신 "노조에 가입하면 여러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노조할 이유'를 설명했다.

임영국 봉제인공제회 상임이사(노조 사무처장)는 "처음에는 '노조해서 뭐 하냐'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공제회에 자동가입돼 소액대출부터 상조·의료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관심을 보인다"며 "노조 가입문의와 가입신청서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과 사회적경제가 만난 노동공제회

노동운동(노조)과 사회적경제(공제회)가 결합한 '노동공제회'는 노동운동 진영에서 처음 시도하는 실험적인 조직화 모델이다. 신환섭 이사장은 "공제회를 통한 조직사업은 처음 해 보는 일"이라며 "책임감이 큰 만큼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

봉제인공제회가 정착하면 봉제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일하는 또 다른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노동공제회'로 묶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봉제인공제회를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7월에는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화섬식품노조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적·물적 자산을 활용한 지원·협력을 약속했다. 이정기 지회장은 "서울봉제인지회와 봉제인공제회가 영세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국 차원의 노동공제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