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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빛바랜 노동존중' 정책에 실망한 노동자들최저임금·주 52시간·공공부문 정규직화 "줬다 뺏기 정책" 반발
▲ 정기훈 기자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시민들의 표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역설해 노동계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같은 집권 초반 노동정책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자회사 간접고용,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같은 '보완정책'이 더해지면서 빛이 바랬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한다는 명목으로 되레 노동기본권을 위축시키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을 돈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 남단 여의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려면 최저임금 1만원 왜 약속했나"

이날 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개최한 세 차례 대회 중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모였다. 각 조직 깃발 입장에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눈길을 끈 조직은 무대 왼편을 꽉 채운 이른바 초록이·분홍이(조끼 색깔)로 불리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었다. '초록이'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분홍이'는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다. 초록이들이 대형 피켓으로 '노동개악 분쇄'를 만들면, 바로 옆 분홍이들은 '비정규직 철폐'를 만들었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길 한편에서 마련한 무료 커피 나눔 테이블에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정부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아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장은 "우리야말로 정부 최저임금 정책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전국 600여개 공장에서 사내식당을 운영 중인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1월부터 두 달마다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방 변경했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자 '상여금 쪼개기'로 실질임금을 낮춘 것이다.

김 지회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뭐 하나. 상여금 쪼개기와 임금피크제로 임금수준이 5년 전으로 회귀했다"며 "회사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줄 거면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 전주·울산지회는 노조설립 367일 만인 이달 6일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1년여 만에 단협을 체결했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국회에서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사업장 생산시설 점거행위를 금지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원청 공장 안에서 위생모자에 머리띠를 묶고 요구사항을 알려 내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 노조법이 개악되면 그나마 공장 안에서 하던 선전전조차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부가 점점 기업편향적으로 간다"

현대모비스아산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권백현(가명)씨는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느끼기에는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고 평가했다. 권씨는 그 이유를 "줬다 뺏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올렸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상효과를 없애고, 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했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같은 보완입법을 추진하면서 노동시간 정상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권씨가 일하는 현대모비스아산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 충남지부에 가입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법이 개악되면 우리 같은 신생노조에 여파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노동자 박명지(가명)씨는 "정부가 기업편향적으로 가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노동자가 있어야 기업도 존재하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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