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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죽음] 비정규 노동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2018년 12월의 김용균, 2019년의 김용균들’ 국회 증언대회 열려
▲ 최나영 기자
“10여년 전 입사 뒤 만난 동생 한 명이 일하던 중 부재가 쓰러져 손가락이 잘렸어요. 그 일이 있은 지 한 달도 안 돼 또 다른 동생이 일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됐습니다. 어린 친구들 손가락이 하나씩 잘리는 것을 보고 일을 계속해야 하나 방황을 많이 했죠. 먹고 살아야 하니 ‘으레 조선소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게 됐습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박광수씨가 “입사 뒤 조선소 일을 하면 할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박광수씨는 “일하다 보면 머리 위에서 크레인이 자재를 싣고 지나다니는데,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부재가 떨어지는 일도 있다”며 “그런 사고를 하도 많이 보니 이제는 그냥 덤덤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종대·여영국·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8년 12월의 김용균, 2019년의 김용균들’이라는 제목으로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중대재해를 경험했거나 목격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고 김용균씨가 숨진 지 1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비정규 노동자들은 여전히 다치거나 숨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계에 팔 끼여 잘리고,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송호승씨. 그의 동료는 지난해 11월 협착 재해로 오른팔이 어깨부위까지 절단됐다. 송씨는 “2인1조로 해야 할 작업을 한 명이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며 “회전체 정지버튼을 눌러 줄 사람이 없으니 팔이 말려들어 가도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재해자는 수술을 11차례나 하고 회사와 오랜 합의 끝에 의수를 지급받았지만 아직도 많이 아프다”며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노동자들은 사고 전부터 작업 적정인원 부족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뒤에도 개선 사항은 없으며, 포스코의 노동안전시스템조차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함경식씨는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의 한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언급했다. 함씨는 “사고현장은 노조가 안전보건과 관련해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묵살됐던 곳”이라며 “사고 며칠 전 근로감독관의 점검도 이뤄졌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매년 400~500명씩 죽어 가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하청업체를 제대로 처벌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공기에 맞춰 안전이 무시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단계 하도급 금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

증언대회 참가자들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다단계 하도급 금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종대·여영국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일으켜 노동자를 죽게 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함으로써 재해를 예방하자는 법”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고 정착된다면 노동자가 죽거나 다칠 경우 사장이나 회장이 책임지는 것이 상식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조선업에서 재하도급을 받은 재수급인은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의 원칙적 금지와 제한적 허용’을 제안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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