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1월 정기국회가 또 한 번 노동현안으로 들썩일 전망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현장 안착을 위한 보완입법을 국회에 주문한 마당이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두고 여야가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줄다리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데 합의한 이후 여야는 입법논의를 거듭했으나 매번 이견으로 의결에 실패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내년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에 힘을 실으면서 ‘단위기간 1년 연장과 선택·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해 온 보수야당과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 ‘선택·재량근로제 확대’ 요구 받을까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물밑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도 예산안 관련 상임위 심사가 끝나는 다음달 7일 이후 환노위는 올해 3월부터 끌어온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한다.

보수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연장하고, 선택·재량근로제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안인 단위기간 6개월 연장을 고수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주 52시간제 보완입법을 주문한 상황에서 여당은 국회 입법을 위한 협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하지 않되 그에 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환노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 등 일부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주 52시간 상한제 연착륙을 강조하며 여야에 산업현장 요구를 반영한 유연한 논의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 경제상황과 산업현장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 52시간)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ICT(정보통신기술)와 조선업·정유업·건설업 등에서 줄곧 제기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 연장안(이 필요하다)”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신기술 및 신상품 개발에 필요한 R&D 분야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일시적·돌발적 업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 확대 등 산업현장의 요구에 여야 모두가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ILO 기본협약 몰린 11월 환노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정부·여당과 보수야당이 모두 원하는 것으로 결국 정부·여당이 어느 수준까지 수용가능하냐의 문제만 남았다. 애초 올해 6월 국회 협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선택·재량근로제 확대를 전제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연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여당은 노사정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 합의가 문재인 정부 사회적 대화 첫 성과물인 만큼 합의를 넘어서는 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8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로 (현장 문제가) 많은 부분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주 52시간제에 대한 정책 정책기조와 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주 52시간제 보완입법을 강조하며 협상 범위를 좁혔다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정부·여당이 단위기간 6개월 확대에 보수야당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를 가져온다면 속전속결식 합의 가능성도 높다.

환노위에는 탄력근로제 외에도 최대 노동현안인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보수야당이 ILO 기본협약 비준 자체에 반대하는 데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기본협약 취지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노동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협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환노위 내에서는 “탄력근로제와 ILO 기본협약은 협상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기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12월 선거제·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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