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17일 지금의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당시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3년이었다. 그 뒤 사업주와 재취업 계약을 한 노동자는 한 달간 출국했다가 다시 3년을 머물 수 있도록 허용됐다. 2009년에는 체류기간 만료 뒤 의무출국 제도가 없어지고 사업주가 원할 경우 최대 4년10개월을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성실 근로자 재입국취업 제도, 특별한국어시험 재입국제도를 통해 이주노동자가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9년8개월까지 늘어났다. 시행 초기 가장 큰 쟁점이던 '사업장 이동 사유'도 조금씩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 차별, 비닐하우스로 대표되는 주거환경, 사업장 이동 제한, 안전 문제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제한 사업장 이동은 부적절, 가족동반 허용해야”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김동만)은 고용허가제 시행 15주년을 맞아 9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고용허가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허가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사업장 이동 자유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사업장을 처음 취업기간 3년 동안은 세 번, 재취업한 1년10개월 기간에는 두 번 옮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폐업이나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 기숙사 설치 미비 같은 노동자 잘못이 아닌 경우에는 사업장 이동횟수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와 이주노동자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장 이동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이주노동자가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허가 없이 직장을 옮겨 미등록 처지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장 이동 무제한 허용에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내국인 기피 일자리에 취업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규제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다만 현행 사업장 이동 제도의 문제점에는 공감했다. 사용자가 폭행을 하거나 임금체불 같은 부당한 처우를 하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지만, 피해 사실을 이주노동자가 입증하도록 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설 교수는 “이런 문제는 제도운용 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도 문제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를 바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 가족 동반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제도로 규정했다. 정부는 최장 체류기간을 3년에서 9년8개월까지 늘렸지만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는 저숙련 노동자 가족에게는 동반사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2015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이주노동자 55.4%는 배우자가 있는데도 한국에서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5.2%에 그쳤다. 일정기간 취업하고 기능시험에 합격한 노동자에게 가족과 장기간 체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일본과 비교된다.

설 교수는 “길게는 9년8개월 동안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족 동반입국을 금지하는 것이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며 “사업주 친화적이면서도 인권 친화적인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체류자 합법화 조치 검토 필요”

이른바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산업 인력수요를 감안해서라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영향평가센터장은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는 출입국 문제를 벗어나 외국인력 관련 법·제도와 노동시장 수급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기준을 갖춘 불법체류자에 대해 합법화 조치와 불법체류자 취업 부문에 대한 고용허가 도입규모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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