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 회원들이 2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기도 포천의 한 채소농장에서 숨진 이주노동자가 간경화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노동·사회단체는 사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사회단체는 숨진 이주노동자가 머물던 숙소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가건물이었다는 점을 사망 배경으로 지목하며 정부에 농촌 이주노동자 숙소를 즉시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50여개 노동·사회단체가 함께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노동자 산재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사망한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사망 경위를 파악에 나섰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30)씨는 지난 20일 오후 동료들에 의해 숨진채 발견됐다. 재입국특례자로 출국을 20여일 앞둔 날이었다. A씨와 동료들이 머물던 가건물에는 며칠 전부터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난방기구를 작동할 수 없었다. 한파경보가 내려 추위를 견디기 어렵던 동료들은 사건 발생 전날 다른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오후께 숙소로 돌아온 동료가 혼자 남은 A씨가 피를 토한 흔적과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1차 부검 결과 간경화로 사망한 것으로 판명났다. 이날 장례절차를 마쳐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A씨 사망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은 A씨가 숨지기 며칠 전 어깨가 아파 진통제를 복용한 것 빼고는 지병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A씨는 4년10개월 전 입국시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특별한 질병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수만명에 달하는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샌드위치 패널·컨테이너로 만든 임시가옥에서 거주하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은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 고강도 노동을 지속해야 했던 노동의 문제, 질병이 있었다 하더라도 진료와 치료를 받기 어려웠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유족과 협의를 통해 A씨 산재신청을 고려하고 있으나 보험 가입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농축산업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현재 임시가옥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해당 사업주에 대해서는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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