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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잇단 대기업·공기업 불법파견 판결 의미는

법원이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1주 동안 현대자동차·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한국도로공사·한국지엠 사건에서 불법파견 사실을 확인했다. 완성차공장은 직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서브공정, 운송·물류까지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봤다. 불법파견 판결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산하는 모양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책임을 묻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제는 후속조치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자들이 바람을 들었다.

▲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상시업무 비정규직 사용 금지하는 법 만들어야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현대·기아차가 불법파견이라고 고용노동부가 판정한 것이 15년 전이다.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행정기관으로서 직접고용 명령을 하고, 불법파견업체는 폐업조치를 해야 하는데 노동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노동부가 재벌의 불법을 눈감아 주는 동안 2010년 현대차 대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무려 11차례 불법파견 판결이 났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노동부는 직접고용 명령을 하지 않았고, 이미 법원이 판결하고 사회적으로 알려진 재벌의 불법에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15년’은 정부와 검찰과 사건을 장기간 지연시킨 사법부의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벌 앞에 정의는 없다. 법원 판결마저도 뒤집어 일부만 직접고용 명령을 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도 아닌 지금의 문재인 정부 노동부다.

15년을 노동부가 방치하고, 10년 넘는 재판을 하는 동안 현대·기아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차별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법대로 해 달라고 요구하며 투쟁했다는 이유로 196명이 해고되고, 수천 억원의 손해배상·가압류로 가정이 파탄 났다. 구속된 이들의 수감기간만 합쳐도 19년에 이른다. 세 명의 비정규 노동자는 해고돼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 판결은 너무도 더디기만 하고, 법원 판결이 나도 사용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다.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10년을 넘게 기다려야 그나마 결과를 알 수 있는 법원 판결조차 무용지물이라면 도대체 이 나라의 상식과 정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사용자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잇따른 불법파견 승소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여전히 씁쓸하다. 어차피 지키지도 않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다. 위반해도 처벌받지도 않는 솜방망이 법이다. 합법이고 불법이고 비정규직이 1천100만명인 나라에서 행복한 일자리는 없다.

1천100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법·기간제법을 폐기해야 한다. 상시업무에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비정규직 양산의 출입구를 막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법이 아니라 상시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사업장을 즉각 폐업시키고 사용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어야 한다.

▲ 정미선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사무국장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판결, 정상 사회로 나아가는 시험대
정미선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사무국장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로 나뉘었다.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수많은 노동자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기 자신이 불법적인 파견을 받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불법은 자본이 저지르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본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강요하는 자본에게 정부와 국회는 법적 판단을 맡기겠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불법적 파견업무를 중단시킬 법은 준비도 고민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는 몇 년씩 힘든 투쟁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정부와 국회는 모른 체한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불법파견 인정은 1천500명 해고자 중 30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노동자도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같은 관리자들에게 지시받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똑같은 노동자다. 그런데 소송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처지가 달라진다. 이런 사회가 정말 정상적인 사회인가.

상식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시험대가 바로 이번 대법원 판결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인원이 아닌 전체 1천500명 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그리고 이번 판례가 전체 불법파견 사업장에 적용됐으면 한다.

▲ 유홍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

완성차 공장 사내하청 사용은 불법
유홍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

최근 나를 포함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수출선적부두 근처 치장장으로 운송하는 무진기업 노동자들을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현대차는 우리의 업무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간접공정이자, 운송업무라서 파견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장과 떨어져 작업을 하더라도 현대차 지휘·명령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도 정확히 직접공정·간접공정이 불법파견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완성차 공장에서 사내하청 사용은 모두 불법이라는 얘기다.

지난 15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여동생 결혼식 전날까지도 철야근무를 마치고 나서야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다. 노조간부로 활동하면서는 현대차 경비들의 폭행으로 두 번이나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이번 판결을 듣고 나오면서 이 모든 세월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노동부는 2004년 이미 무진기업(옛 덕진기업)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노동부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빠르게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불법파견 범죄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하루빨리 정몽구·정의선 부자를 구속수사하고 엄정한 처벌을 하길 바란다.

▲ 김용식 수자원기술노조 수석부위원장

불법파견 모르쇠,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도 역행
김용식 수자원기술㈜노조 수석부위원장

우리는 수자원기술주식회사에서 수도시설과 댐·보시설 점검정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우리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상시·지속업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대상자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자의적으로 우리 업무를 3단계 민간위탁 분야로 억지 분류했다.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2011년부터 수자원기술주식회사와 동일한 업무인 자체 점검·정비 업무를 하고 있다. 2018년 들어서는 수자원공사가 수자원 시설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점검정비를 자체수행 체계로 강화하고 수자원기술주식회사 같은 용역업체에는 비핵심기술 위주로 점검정비 수행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권역별 자체점검정비 핵심기술부서를 신설해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업무에 필요한 장갑 한 짝도 수자원공사가 지시하는 대로 썼다. 명백한 불법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 노조는 지난해 9월 대전지방법원에 수자원공사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역행하는 수자원공사를 규탄한다.

▲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불법파견 사용자 엄벌하지 않으면 불법 막지 못해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지난 23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다. 소송을 낸 지 4년 만이다.

노동부는 해고된 지 2년이 지난 2017년 8월에서야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을 했다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같은해 9월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행정지시를 했다. 그런데 아사히글라스는 행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노동부가 과태료 처분을 하자 과태료를 내지 않고 행정소송을 했다. 해고자는 여전히 해고자로 남았다. 불법파견 사건에서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최고치가 직접고용 명령인데, 명령을 해도 피해 노동자에게 1%도 도움이 안 된 것이다. 앞으로 3심까지 진행될 것이 자명하다. 직접고용 명령은 사용자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 제도라는 의미다. 명령을 계속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아사히글라스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불기소-재수사 후 다시 기소를 했다. 시간만 끈 그 과정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불거질 문제도 눈에 선히 보인다. 설령 재판에서 불법파견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아사히글라스가 받게 될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것이다. 비슷한 불법파견 사건에서 한국지엠은 고작 벌금 700만원, 동양시멘트는 벌금 1천500만원을 받았다.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싸게 부려 수십 억원, 수백 억원 이윤을 남겼을 사용자에게 고작 수백 만원 벌금 처벌만 한다. 이건 사용자들에게 그냥 불법파견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불법을 행한 사용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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