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새노조 조합원이 대전 서구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하이마트에서 KT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KTcs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증거를 첨부해 불법파견 진정을 넣은 지 9개월 동안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 KTcs지회(지회장 이재연)는 "제출한 증거자료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노동부가 관련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수사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18일 "불법파견 진정 이후에도 KT가 KTcs 소속 직원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며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KT 직원이 여전히 우수사원 시상"

KTcs는 KT와 도급계약을 맺고 휴대전화를 판매한다. KTcs가 소속 직원을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같은 대형 가전마트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도급계약인 만큼 KT는 KTcs 현장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대형 가전마트에 파견된 직원은 주기적으로 판매실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KT에 보고했다. KT 직원과 KTcs 직원 간 혼재교육도 수시로 이뤄졌다. 도급계약으로 위장한 근로자파견계약 의혹이 일었다.

KTcs지회는 지난해 11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라며 대전지방노동청에 KT가 KTcs 직원을 직접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고 진정했다. 파견법 5조는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를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규정했다. 파견법 시행령(별표1)에 근로자파견대상업무로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의 업무'를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 업무에 가전제품 판매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회는 진정을 넣은 뒤에도 지회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KT 직원과 KTcs 직원의 혼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KTcs 서부지사 소속 직원 10여명은 한 KT지사에 모여 월 실적을 보고하고 5G 휴대전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영상을 시청하는 집합교육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KT 직원이 함께했고 교육이 끝난 뒤 회식에도 참석했다. KT 직원은 실적이 우수한 KTcs 직원에게 상품을 주는 시상식을 열었다. 이재연 지회장은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KT 직원이 교육에 참석하고 시상하는 등 불법파견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소지를 피하기 위해 KTcs 직원을 중간관리자(파트장·그룹장)로 두고 그들에게만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체계를 바꿨다. 집합교육 사실을 제보한 KTcs 한 노동자는 "진정을 제기한 뒤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접 지시는 많이 줄었지만 (KT는) 중간관리자를 매개로 이전과 동일하게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KTcs 중간관리자는 현장 직원의 출퇴근과 실적관리만 할 뿐 업무에 대한 결정권을 전혀 가지지 않고 있다"며 "입사 3개월도 되지 않은 직원이 중간관리자가 되고, 사내 공모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사측이 내정한 사람을 중간관리자로 뽑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교육의 경우 KTcs가 하고 저희는 중간관리자와 이야기한다"며 "KTcs 관련한 일은 KTcs에 묻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KTcs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일(원청 직원과 혼재 집합교육을 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교육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의심 수도권 사업장 실태조사는 제로"

노조는 대전지방노동청 수사 의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회는 전국 단위로 불법파견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달라는 대전지방노동청의 요청에 따라 보충자료를 제출했다. 상당수는 수도권쪽 지사에서 수집된 자료였지만 대전지방노동청은 수도권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쪽 주장이다. 대전지방노동청은 9개월 동안 대전지역 내 영업점에서만 실태조사를 두 번 진행했다.

노조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는 KT가 전국 KTcs 지사를 대상으로 판매 활동 독려를 위해 벌인 '대형유통 1등 매장만들기 성공사례 공모' 등이 포함됐다. KT가 우수지사에 지급하는 시상금은 "유지·판촉비 예산을 이관"해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KTcs 직원 포상금에 KT가 직접 관여한 증거로 보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수사가 지체된다는 지적에 "진정서에 참고인들이 많고 참고인들 진술 내용과 자료 등을 검토·확인하고 있다"며 "대전지역에 국한해 실태를 파악한다고 (진정인측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측 박사영 공인노무사(노무사 사무소 하율)는 "대전지방노동청은 애초 근로감독 혹은 광역조사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일반 진정사건으로 KTcs 불법파견을 조사하고 있다"며 "서울을 배제하고 대전지역만 수사하겠다고 이해하고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노무사는 "KT가 KTcs 소속 직원에게 직접 지시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면 수도권 지역에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건 진행상황과 관련해 대전노동청 관계자는 "KT 임원을 빼고 참고인 조사는 모두 완료했다"며 "다음주에 KT 임원을 부르고 진정인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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