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악 중단과 노동탄압 분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18일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 총파업을 했다. 정부 노동정책 역주행을 규탄하며 열린 이날 총파업 규모는 작았지만 하반기 내내 대정부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앞에 '촛불정부' 대신 '반노동-친재벌 정부' 이름표를 붙였다.

전국 10개 지역 동시다발 총파업대회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개악 저지·노동기본권 쟁취·비정규직 철폐·재벌개혁·최저임금 1만원 폐기 규탄·노동탄압 분쇄' 등 6개 의제를 걸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조합원 5만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울산·경남·부산을 비롯한 전국 10개 지역 동시다발 총파업대회에는 1만5천여명(수도권 대회 제외)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지역 총파업 대회에는 7천여명이 참가했다. 당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돌이 우려됐다. 그런데 같은날 오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의결을 거부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처리도 무산됐다. 국회 앞 민주노총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 노동정책 해결 없이 역주행 거듭"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모두 폐기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하고 인정했듯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 국회는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 앞에는 '반쪽짜리' 혹은 '무늬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에 이어 재량근로제·선택적 근로시간제 논의까지 겹쳐 취지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는 노동관계법 '패키지 개악' 우려가 상존한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총파업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논쟁적 정책은 해결하는 것 하나 없이 역주행을 거듭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저임금 문제는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으로 박살 냈고, 장시간 노동 문제는 탄력근로제로 망쳐 버리려 한다"며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얘기했더니 노조파괴법을 들고나오고, 비정규직 철폐를 말했더니 자회사 전적 안 한다고 1천500명을 대량 해고하고, 재벌을 바꾸랬더니 최저임금 제도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정부의 그럴싸한 모양새 갖추기에 들러리 설 생각이 없다"며 "민주노총의 모든 사업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 노동정책 폭로와 투쟁일 것이며, 노정관계는 전면단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ILO 핵심협약 비준은 민주노총의 오랜 요구였고, 대통령의 약속이었지만 거짓이라는 게 판명 났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노동-친재벌 정권" 규정 8월 총파업 예고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악 논의를 막고,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실현, 노동기본권 전면쟁취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반노동-친재벌 문재인 정권과 집권당에 대한 규탄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8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이 폐기되지 않은 만큼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9월 정기국회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동법 패키지 개악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8월에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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