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은행권의 과도한 노동자 간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체결한 산별협약 대부분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현장 점검활동을 강화한다.

27일 노조에 따르면 과당경쟁 방지와 관련한 노사합의 사항 중 80%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올해 3월부터 노동조건감찰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와 체결한 산별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노사합의 사항을 기준으로 33개 항목으로 구성된 점검표를 만들었다. 이 중 과당경쟁 방지와 관련한 내용은 모두 10가지다.

노조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용하고 있는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각각의 항목이 이행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씨티은행은 KPI를 운용하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됐다. 그중 'KPI 평가항목을 축소·단순화'한 은행은 5곳이었다. 은행의 KPI 항목은 많게는 100개에 가까워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절대평가 방식 지표 확대'를 한 은행도 5곳에 불과했다. 노사는 지난해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실적에 따라 갈리는 상대평가 항목을 줄이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은행·직원·고객 BSC(Balanced Score Card) 관점의 KPI 지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부산은행 1곳으로 조사됐다. 부산은행은 KPI에 직원복지 평가항목을 넣고, 고객 관련 지표를 강화했다. '미스터리 쇼핑(창구 모니터링) 미실시'가 이행되고 있는 곳은 15개 은행(씨티은행 포함) 중 광주은행이 유일했다. 노조는 점검 대상 은행 중 3분의 2 이상이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항목은 ‘○’로 분류했다. 3분의 1 이하면 ‘×’, 나머지는 ‘△’로 구분했다. 10개 중 ‘○’를 받은 항목은 1개에 불과했다. '미스터리쇼핑 실시 결과 KPI 반영 금지'가 유일했다. '△'도 1개였다. 나머지 8개 항목은 ‘×’로 표시됐다.

노조는 지난 26일 감찰단 전체회의를 열었다. 다음달부터 은행의 개선의지를 확인하고 압박하는 현장활동을 강화한다. 노조 관계자는 “33개 항목 중 ‘노동시간단축’과 ‘감정노동 보호·성평등 실현’에 관한 사항은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는 반면 과당경쟁 방지 항목 중 이행되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에서 이행계획을 문서로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서를 지참해 회사를 항의방문하고 영업현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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