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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설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 "수도 설치된 화장실, 옷 갈아입을 탈의실 달라"건설산업연맹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여성 목소리 들어야"
▲ 건설의 날인 18일 건설산업연맹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마음 편히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수도가 설치된 화장실, 눈치 보지 않고 작업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건설 여성노동자들이 18일 건설의 날을 맞아 정부와 건설업계에 요구한 내용이다.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한 건설산업과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0만 건설노동자, 10명 중 1명이 여성인데…

건설현장은 노동강도가 높아 대표적인 남성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맹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건설산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노동자가 9.5%를 차지한다. 전체 건설업 종사자 130만명 중 여성 건설노동자는 1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여성노동자가 일하지만 편의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18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현장 98.7%가 화장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화장실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12.1%나 됐다. 화장실이 있더라도 수도가 없어 생리현상을 위생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증언도 나왔다.

플랜트건설 노동자 고현미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현장에 화장실과 탈의실 같은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남녀 공용화장실뿐이고 그마저도 부족해 남성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항상 눈치를 보면서 용변을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장 화장실에 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원청 사무실까지 30분 이상 걸어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탈의실을 이용하기도 힘들다. 대규모 건설현장에는 여성전용 탈의실이 마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건설현장에는 한 컨테이너를 반으로 나눠 남녀가 같이 이용하도록 한다. 고씨는 "작업복을 마음 놓고 갈아입을 수 없기 때문에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더러운 작업복을 집까지 입고 가는 것이 일상"이라며 "땀 냄새가 심할 때는 수치심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 날이면 공구실이나 화장실에 숨어서 옷을 갈아입는 여성 건설노동자에게 탈의실은 그저 안전화나 안전모를 보관하는 장소로 이용될 뿐이다. 고씨는 "정부가 건설현장 화장실 유무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이용실태까지 제대로 조사해야 건설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남편이 뭐 하길래 여자가 건설 일 하냐?"
여성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편견과 성폭력


경기도에서 형틀목수로 일하는 조은채씨는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생계와 가족을 위해 일하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견뎌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편견과 불편, 성폭력이 그렇다"고 증언했다. 그는 "처음에 건설현장에 들어갔을 때 상급자와 동료들로부터 '남편이 뭐 하는데 여기까지 왔냐' '갈 데까지 갔으니 현장에 왔겠지' 하는 말부터 '나랑 연애하면 힘든 일 안 해도 된다'는 말까지 온갖 언어폭력이 쏟아졌다"며 "심지어 웃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연애하러 나왔냐' '놀러 나왔냐' 같은 뒷말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조씨는 "기능을 갖춘 기능인으로서 직장에서 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을 가르치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임금을 차별하는 일도 다반사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남성 건설노동자 일당은 평균 16만5천원, 여성은 15만1천원이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김미정씨는 "기능훈련을 받고 현장에 들어간 여성 목수들은 도면을 빠르게 이해하고 섬세하게 일을 진행해 작업공정을 대부분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며 "중량물 작업이나 고소작업에 일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일부러 배제하지만 않는다면 여성들도 형틀목수로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맹은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여성노동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한다. 올해는 4차 계획(2020~2024년)을 수립해야 하는 해다.

연맹은 "발주처와 원청이 건설현장에 수도가 설치된 여성 화장실·샤워실·휴게실·탈의실을 설치하고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매달 산업안전보건교육시간에 의무적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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