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불평등 격차 해소를 위한 산별교섭 임금투쟁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귀족노조, 철밥통, 정규직 밥그릇 챙기기. 민주노총을 비난할 때마다 따라붙는 꼬리표들이다. 과도한 비난이지만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노조들이 사업장 담장 안에서 조합원 이익향상에 주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민주노총 안에서 "노동운동이 격차 해소와 양극화 해소 주체로 나서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정규직들이 비정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하청·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불공정거래 근절을 요구하거나, 주머니를 털어 연대임금 기금을 마련하는 식이다.

민주노총이 2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간담회에서 사업장 담장을 넘어 사회연대 주체로 나서기 위한 의미 있는 실천을 하는 산별노조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대차지부 "불법파견직·촉탁직 사용 금지 주력"

금속노조는 지난해 처음으로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을 산별임금 교섭전략으로 채택했다. 올해 2년째 추진 중이다.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은 대공장 노동자 임금은 적게 올리고, 영세공장 노동자 임금은 많이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와 나머지 사업장 간 임금인상에 차이를 둔 교섭요구안을 던져 교섭한 결과 현대·기아차 정규직 임금은 평균 4만5천원, 그 외 115개 사업장 노동자들은 평균 5만6천106원 인상됐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간 격차해소는 1만1천106원으로 미미했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작지 않다"며 "올해도 동일한 방식의 하후상박 격차해소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지부는 올해 교섭에서 회사에 최저임금법 위반업체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실천하기 위해 상시·지속업무에 파견직·촉탁직 사용을 금지하는 투쟁에 주력한다. 하 지부장은 "2004년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15년이 지났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대차 노사 모두의 무능력 때문"이라며 "밖에 나가서 정권과 자본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라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 불법파견·촉탁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별교섭 구조 안착 위해 노조법 개정해야"

사무금융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소요되는 비용을 임금인상에 반영하자고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6월에 출범하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을 통해 비정규직 격차 해소와 노동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재단은 노사가 2021년까지 출연하기로 한 78억원으로 사무금융부문 비정규 노동자 후생복지를 지원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선 사업장을 지원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별·고용형태별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에 각 기관 비정규직 인건비를 더 많이 편성하도록 지침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각 사업장 교섭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월평균 20만5천원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지역별 초기업단위 교섭을 통해 어느 업체, 어느 지역에서 일하든 노조가 정한 기본임금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불평등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면 초기업단위 산별교섭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고 정부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산별교섭을 보장하고, 산업·업종단위 단협 구속력을 확장하도록 법을 개정하라는 주문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제 정부와 사용자가 답해야 할 때"라며 "정부는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충하고, 사용자들은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스스로 없애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산별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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