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애초 추구했던 노동시장 격차해소와 일자리 창출 취지가 사라지고 정부주도 기업투자 유치라는 단기 성과에 매몰되면서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제2의 광주형 일자리로 추진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역시 이런 전철을 밟으면서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지역 간 경쟁으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산업노동학회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한국의 노동운동 발전방향과 노사관계 모델’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했다.

“광주시, 출자구조 건전성 검토 없이 조급한 모습”

이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평가와 과제’를 발표한 이상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은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의 투자협약식 성사로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뜨긴 했지만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노사민정으로 대표되는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노사관계 혁신과 생산적 국내투자를 통한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 취지가 실종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전문위원은 “노사관계와 생산체계 혁신 논의는 사라지고 적정임금 수준과 생산공장 설립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현대차는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적극적인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면피성 투자에 안주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 의미를 애써 무시하고 자신의 기득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과민하게 반응한다”며 “광주시는 현대차 투자확약 같은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에 매몰돼 출자구조 건전성과 사업모델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는 조급한 모습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위원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초기 목표와 투자협약서 내용이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협력적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시장 격차 해소, 대기업의 국내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투자협약 내용을 보면 정부주도 기업투자 유치형 일자리 사업에 가깝다”고 아쉬워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가이드라인’ 마련 주문

제2의 광주형 일자리로 불리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역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문위원은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이 성사되면서 유사한 사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라는 이름하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자칫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산업·고용위기 지역 간 경쟁으로 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정부가 상생형 일자리모델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인 상생협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소 고용규모와 투자규모, 노동기본권과 단체교섭 보장, 지역 평균임금과 노동조건의 적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운동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기업복지를 벗어나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대충 손 놓고 정부 지원만 받는 방만한 일자리로 빠져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각종 지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애초의 비전을 잃지 않고 가도록 노동계가 전략적으로 개입해서 막아 낼 것은 막아 내고 해결할 것은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가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규제완화와 단체협약 유예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자동차산업 구조개편과 정치적 상황을 볼 때 향후 5년 안에 광주시가 현대차에 생산공장을 넘기며 끝난다는 비관적 전망을 안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에서는 △노동운동 조직 산별 발전전략 △초기업교섭 실태와 시사점 △한국의 사용자단체 현황과 특징 △미조직 노동자 이해대변 과제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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