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연윤정 기자

광주형 일자리를 모델로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마찰음을 내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연대·혁신을 실현하는 광주형 일자리 취지보다는 투자유치에 급급한 결과로 보인다.

“울산형 모델은 비정규직 일자리”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 윤종해)가 현대모비스 투자로 추진 중인 울산형 상생일자리에 반발하고 있다. 광주본부는 12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형 일자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협정을 맺었다. 양측이 합작으로 연봉 3천500만원 수준의 완성차 회사를 설립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투자협정이 체결되기까지 적극 개입했다. 반면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를 포함해 민주노총은 임금 하향평준화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런데 이제는 울산형 일자리를 놓고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울산형 일자리 추진을 위해 현대모비스 투자를 유치했다. 현대모비스는 3천300억원을 투자한다. 연면적 6만2천60제곱미터 규모의 전기차 부품 전용공장을 만들어 800명을 신규채용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울산형 일자리에 반발하는 이유는 광주형 일자리를 모델로 추진하는 것인데도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윤종해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전원 정규직 고용을 지향하는데 울산형 일자리는 그렇지 않다”며 “대다수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새로 만든 공장도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충주를 포함해 12개 지역에 공장을 둔 현대모비스는 진천과 창원공장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공장에서는 연구개발만 정규직이 담당하고 생산은 ‘생산전문사’라고 부르는 업체에 도급을 주고 있다. 노동계 내에서는 생산전문사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울산시 “고용형태 결정된 것 없어”

윤 의장은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는 상생형 일자리를 보면 사회적 대화를 한 뒤 노사정 협약을 맺어 원·하청과 노사가 상생하는 광주형 일자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노사민정은 2016년부터 장기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대차 투자를 유치하고 노사상생발전협정을 맺었다. 그런데 울산형 일자리의 경우 노사정 협의 없이 곧바로 투자유치로 이어졌다.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의장 이준희)는 울산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가 없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준희 의장은 “사회적 대화체를 구성해 상생형 일자리가 필요한지부터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협의체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도 노사민정 상생협약 체결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장이 내년 8월부터 가동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지금 채용조건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정임금을 설정한 임금협력형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와는 달리 울산형 일자리는 투자촉진형이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을 지향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노사 상생모델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현대차지부 왜 침묵하나”
하부영 지부장 “임금삭감형 아니니까”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반발하는 것은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나 현대차지부가 비판한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종해 의장은 “그토록 광주형 일자리를 비난했던 이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데도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차지부는 울산형 일자리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광주 모델과는 달리 임금삭감형이 아니라는 점을 울산시에서 확인해 줬다”며 “새로운 공장이 생겨 지역평균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 지부장은 “지역 평균임금을 보장하고 지역복지에 투자하는 상생형 일자리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고 민주노총에 요청했다”며 “민주노총이 참여한다면 생산도급을 주고 있는 지금의 현대모비스 고용형태보다는 개선된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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