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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② 컨트롤타워가 없다] 대통령의 ‘두 손’ 노동행정과 사회적 대화, 엉뚱한 길잡이로 방향 잃어

2017년 5월10일 닻을 올린 문재인호가 출범 2년을 맞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전면에 내걸었다. 임기 5년 중 2년이 지난 지금, 노동정책 성적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발에 휩싸였다. 대통령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미비준 기본협약(8개 중 4개)조차 비준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표류 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문재인 정부 2년을 돌아봤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문재인표 정책’ 안녕한가요
② 컨트롤타워가 없다
③ 남은 3년, 노동정책 시즌2는?


▲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가 공들인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출범 5개월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청와대>

“노동정책 컨트롤타워요? 홍영표 의원 아니었나요?”

노동전문가에게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컨트롤타워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한 그해 5월에는 당 원내대표였다. 이달 8일 1년의 원내대표 임기를 마칠 때까지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속도조절 논리를 만들고 확산한 이도 홍 의원이다. 민주노총과 대립각을 세우며 노사관계 이슈와 사회적 대화에도 발을 걸쳤다. 당정청 삼각편대에서 그가 단연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연 그는 노동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을까.

‘기대’에서 ‘불만’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차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정책을 우선순위에 뒀다. 대선공약에 ‘노동존중 사회’를 명시했다.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도구로 최저임금 인상을 활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공약과 국정과제 이행에 충실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단축 법제화에 주력했다. 양대 노총과 재계가 머리를 맞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자문기구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촛불시민의 요구였던 적폐 청산의 노동 분야 버전이다.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가동했다. 오랜 기간 해고생활을 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KTX 승무원이 복직하고 파인텍과 콜텍 같은 장기투쟁 사업장에서도 노동자들이 합의로 농성을 마무리 지었다. 묵은 갈등이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2년차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찍었다. 그런데 금세 올 것 같던 평화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안갯속에 갇혔다. 무뎌진 기대 위에 경기둔화가 덮쳤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돌을 던졌다. 최저임금이 죄인이 됐다. 최저임금을 올려 저소득층 소득을 높이겠다던 여당이 산입범위를 넓히는 작업을 주도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책효과도 의심을 받았다. 지지층은 균열을 일으켰다. 전교조는 5월25일 이후에는 투쟁 모드로 전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2년이 되도록 그대로다. 정부가 정책 수혜자로 꼽는 비정규직의 실망은 크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과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6~30일 비정규 노동자 1천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조사 결과를 보자. 직장인 10명 중 9명(90.2%)이 “정부 초기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답한 반면 집권 2년을 경과하는 시점에는 “불만스럽다”는 목소리가 86.9%나 됐다.

이를 두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20만명을 대상으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이 많다”며 “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갖고 한 건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에 묻힌 노동정책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참여연대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8일 연 토론회에서 “정부는 집권 1년차에는 노동공약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2년차에는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시도, 주 52시간 상한제 대기업 처벌유예,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사회적 대화기구 파행,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난항을 후퇴로 꼽았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지난 7일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이슈페이퍼에서 △노동기본권·노사관계 △비정규노동·차별해소 △최저임금·노동시간·노동조건 개선 △여성노동 정책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가 “낙제점수에 가깝다”고 밝혔다. 정책연구원은 “지난 2년간 ILO 핵심협약 비준,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권리보장, 초기업단위 교섭촉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규정은 거의 진척이 없었다”며 “경사노위로 의제가 떠넘겨져 있는 상황이라 이행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2년 공약 이행 평가’에 따르면 노동존중 사회 공약 완전이행률은 12.2%에 그쳤다. 경실련은 “완전이행률이 높은 영역은 경제·일자리에 집중됐다”며 “정부가 재벌대기업과 정부 고위관료들의 편견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 이행을 미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왜 뒷걸음질하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스텝이 꼬인 걸까. 지난해 5월 국회는 본회의에서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의 역할이 주효했다.

화룡점정은 같은해 11월 노동시간단축 시행 4개월 만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문에 포함된 것이다. 역시 홍 전 원내대표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이 모두 반발했고, 여당 전국노동위원회마저 비판 대열에 섰다.

홍 전 원내대표에게 노동정책 결정권이 쏠린 듯했다. 원맨쇼처럼 보였지만 그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논리를 실행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청와대를 주축으로 고용노동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일자리위원회·기재부가 관여하고 있다. 기재부 입김은 셌다. 노동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기재부쪽에서 자주 나왔다. 최저임금이 대표적이다. 탄력근로제 관련 언급도 기재부 장관이 먼저 했다.

청와대 채우는 경제전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노동팀을 교체했다. 지난해 6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이끌었던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났고 9월에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교체됐다. 기재부 관료 출신 윤종원 수석과 노동부 관료 출신 이재갑 장관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정책기조를 경제성장과 고용창출로 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해 6월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기재부 관료 출신 반장식 수석에서 정치인 출신 정태호 수석으로 교체됐다. 모두 노동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노동정책 우회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청와대와 노동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곳이 힘이 빠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닻을 올린 경사노위로 탄력근로제라는 ‘폭탄’을 던진 것은 국회였지만, 청와대와 노동부의 ‘미필적 고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여론과 지지율에 민감해하는 청와대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청와대와 노동부의 전략·전술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을 보일 때 노동개혁을 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주요 국정과제를 다 사회적 대화로 밀어 버리면서 시간을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지난 8일에서야 겨우 시작했고, 노동시간단축과 맞물려 버스노동자 인력충원과 임금보전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사회적 대화는 탄력근로제 합의와 계층별대표 본위원회 불참, ILO 핵심협약 비준 합의 실패로 얽히고설켜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국노총은 9일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 원칙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노동기본권 보장과 타임오프제도 개선 등 ‘노동존중 대한민국’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국정철학 이해하는 컨트롤타워 필요

“청와대에서 노동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노동인권 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을 잘 표현한 말이지만, 역으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 방향을 구현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로도 들린다.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노동존중 사회’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시험대에 오른 노동정책을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이상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은 “현재는 청와대·노동부·경사노위·일자리위·여당 원내대표 간 노동정책을 둘러싼 역할 분담이 엉망”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정책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워 일신의 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와대·노동부라는 ‘노동행정’과 경사노위를 축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두 축이 ‘대통령의 두 손’이 돼 노동존중 사회를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로 작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윤정 기자

일자리수석 대신 ‘노동수석’ 어떨까
“청와대 노동정책 컨트롤타워 존재감 분명해야”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출범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고, 청와대 직제에는 일자리수석을 뒀다.

일자리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고용복지수석과 비교할 수 있다. 모두 고용노동정책을 하나의 파트로 맡았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수석은 모두 노동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반장식 전 수석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예산전문가로 꼽힌다. 일자리 창출에서 예산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다. 정태호 수석은 정치인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예약하고 있다. 정 수석은 광주형 일자리나 고용지표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라 예민하고 복잡하다. 다양한 고용형태와 조직·미조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노사 간 이해 충돌이 격렬하다. 일자리수석이 노동정책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온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청와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남은 3년 노동정책을 제대로 펼치려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청와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조율하는 역할 말이다.

청와대 내부도 바깥과 마찬가지다. 경제팀과 노동팀 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제대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노동팀이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것 역시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수석’을 ‘노동수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자리 중요성을 감안해서 ‘고용노동수석’도 대안으로 나오는 이름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경제·산업정책만이 아니라 노사정책과 사회적 대화에 공감을 끌어내려는 전략을 갖추고 초기부터 깊이 있는 노동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일자리수석에) 세웠어야 했다”며 “현재는 기재부와 관료들에게 노동정책이 포위된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전체 노동자가 2천500만명이고 양대 노총 조합원이 200만명이라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 감수성을 갖추고 대통령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노동수석을 못 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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