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대소변 지도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장애학생을 데리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리프트가 없는 곳에서는 학생을 업거나 안아서 이동해야 해요. 반복적으로 아이들을 업고 안고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한 교사는 학생이 던진 인라인스케이트에 맞아 얼굴뼈가 함몰되고 손가락이 골절됐습니다. 그런데 산업재해로 처리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해요.”(강원도 강릉시 A특수학교 특수교육지도사 정유정씨)

“비커에 금이 간 줄 모르고 정리하다 다쳐 오른쪽 손바닥을 5바늘이나 꿰맸습니다. 수업 중 (공업용 방부제인) 포르말린 병이 깨져 학생들을 대피시킨 후 혼자 정리하다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 간 일도 있어요. 독한 화학약품을 다루다 보니 엄지·검지·중지에 지문이 없습니다. 폐질환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아요. 과학실에서는 화상과 절단·베임·감전·피부질환 등의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경기도 시흥시 B초등학교 과학실무사 이은영씨)

노동부 3월 말~4월 초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입법예고

고용노동부가 이르면 다음달 입법예고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그동안 문제가 된 법 적용제외 대상을 축소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지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입법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가 주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가로청소노동자 유해·위험업무 지정과 관련해서는 시행령 개정논의 과정에 검토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서 공공행정과 교육서비스업을 법 적용제외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적용제외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도급인 책임 장소와 도급인가 대상작업을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노사·안전보건 전문가 의견청취 후 3월 말에서 4월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도급인(원청)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있다. 지자체 가로청소노동자와 과학실무사 등 공공행정·교육서비스업에 속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업무의 유해·위험성을 증언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를 촉구했다.

전경진 민주연합노조 법률국장은 “지난해 광주에서만 환경미화원 2명이 후진하는 청소차량에 치이거나 적재함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예방과 노동자 안전보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노동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과 내용, 위험도를 반영해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행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지자체 청소노동자들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법 적용대상을 산업 또는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로청소·과학실무, 유해·위험 대상업무로 지정 필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제외 대상로 분류돼 안전보건관리체계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마련, 안전보건조치 의무에서 제외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도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청희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부장은 “교육서비스업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일부만 돼 산재예방이 안 되며, 이들의 산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며 “교육서비스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의무가 없어 재해나 질병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데다 노동자 참여권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되지 않고, 안전·보건교육을 시행하지 않아도 돼 산재예방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용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 팀장은 “지자체 가로청소노동자와 교육서비스업 과학실무사의 경우 유해·위험 대상업무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 이후 산업안전보건위가 실제 운영될 수 있도록 설치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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