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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2019 노동자 건강권포럼] 안전보건 새로운 30년 여는 열쇳말 '노동자 참여'"사용자 의무 법리가 위험 외주화 초래, 노동자 건강권 중심으로 법리 정립해야"
▲ 김미영 기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020년 1월16일부터 시행된다. 1990년 한 차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다시 만들어졌다. 산업안전보건법 두 차례 전부개정 뒤에는 두 청년의 죽음이 있다. 88년 온도계공장에서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열다섯 살 문송면군과 2018년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옮기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스물네 살 김용균씨다. 문송면과 김용균의 죽음 사이 30년간 변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을까.

지난 22~23일 서울 용산구 삼경교육센터에서 "안전보건의 새로운 30년을 열자"라는 주제로 '2019 노동자 건강권포럼'이 열렸다. 안전보건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2019 노동자 건강권포럼 공동기획위원회가 주관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전문가 180여명이 함께했다.

줄지 않는 산재 … 16년간 3만4천명 사망

정부가 집계한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3만3천902명이 일하다 숨졌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하면서 무수한 투쟁을 전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법·제도 변화를 만들어 왔지만 30년 동안 산재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근 산재 발생이나 사망자 추이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일반인구사망률과 산재사망만인율을 비교했더니 2000년 이후 일반인구 사망 감소율이 산재사망 감소율보다 가팔랐다. 산재사망 감소가 사회 전반의 사고사망이 감소한 결과이지 사업장 산재예방효과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업장 중대재해 양상과 빈도는 물론 대표적인 직업병인 소음성 난청과 중금속 중독이 줄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최명선 실장은 "정부 정책이나 예산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현장에 정착시키려면 노동자 참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터 안전은 사업주 배려 아닌 노동자 권리"

같은 기간 판례에서는 노동자 건강권이 얼마나 진전했을까.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판례에서는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사용된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을 둘러싼 사건(유통산업발전법 12조2 위헌 소송)에서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근로자 건강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가 되고 국가 보호의무가 인정되는 기본권"이라고 인정한 사례 정도만 겨우 찾아냈다. 해당 조항은 대규모점포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노동관계법은 사용자에게 안전(건강) 배려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노동자 건강을 지키려고 한다"며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문제에 관해 법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 관점에서 파악된 개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법체계는 사용자가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즉 위험의 외주화 요인을 제공했다. 권 교수는 "노동자 건강권에 관한 법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 건강 확보와 관련한 조직·계획·운영·조치에 참여할 권리 △건강에 대한 위험방지권 △건강진단 같은 건강관리에 관한 권리 △건강장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받을 권리 △건강증진에 관한 권리를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 참여를 현실화하는 방법

이번 건강권포럼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노동자 참여'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김용균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비정규직 작업환경 개선 요구를 30여차례나 무시했다. "설비를 개선하려면 돈이 든다"는 이유였다. 김씨 동료들은 "원청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노동자 참여로 사업장 산재사고를 막은 사례들이 포럼에서 공개됐다. 고용철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배를 건조하다 보면 족장(임시로 가설되는 작업발판)을 설치하게 되는데 흔들리고 위험해서 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았다"며 "노사가 간담회를 열어 조사한 결과 족장 설치와 해체가 보통 1주일 간격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쉽게 해체하기 위해 헐렁하게 족장을 설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위험 원인이었던 하청업체의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했더니 족장이 튼튼하게 바뀌었다.

현대중공업은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명문화하고 구체적인 매뉴얼까지 마련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시설이 미비한 사항을 노조가 요구해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작업중지를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처럼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손진우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안전을 권리로 선언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동자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업장 3% 정도만 설치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권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는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 따른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영 기자

“빅데이터로 감정노동자 피할 권리 만들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감정노동 규제장치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경교육센터에서 열린 ‘2019 노동자 건강권포럼’에서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후의 과제와 대표직종 매뉴얼 소개’ 섹션이 눈길을 끌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와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가 주최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감정노동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구체화시켜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콜센터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노동자 감정을 상하게 하는 특정 단어를 선정한다. 해당 단어가 나오면 감정노동 피해로 보고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해 업무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인임 감정노동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범용적인 법을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려면 피할 권리를 현실화하고 현장 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할 권리는 노동자가 위협적인 상황에 놓일 때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권리다. 현행법은 노동자가 감정노동에 노출됐을 때 사업주가 업무의 일시적 중단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정노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노동환경을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대다수 간호사들은 돌봐야 하는 환자들이 많아 1시간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과도한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예슬 기자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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